밑줄긋기
작성자 오은숙
작성일 2012-04-18 (수)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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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라>를 읽고

<쿰> 4월호에 실린 서평입니다.

위대한 2인자 시리즈 완결편 <실라>를 읽고 IVP 김진형 간사님이 좋은 글을 써주셨네요.^^


 

제국의 폭력과 시대의 절망을 이겨 낸 실라, 실라의 길


 

언젠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직후, 절망은 그의 존재를 압도했다. “길은 사라졌고,

진실은 침묵해야 했으며, 예수님이 주려 했던 생명은 그분처럼 죽어 버리고 없었다. 모든 게 끝나버린 것만 같았다.” 그러나 기적처럼, 예수는 부활하셨고 그를 따르던 무리들은 환호했다.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 베드로와 바울을 비롯한 제자들의 담대한 행보에는 ‘기적’이 함께했고, 그들은 극적인 승리를 경험했다. 그러나 다시 오겠다고 하신 그 약속은 참으로 힘겨운 기다림과 인내를 요구했고, 로마제국은 집요하고도 거대한 폭력으로 그들을 거세하려 했다. 결국 바울이 죽고 베드로가 죽었다. 제자들은 흩어졌다. 도망치는 이들 속에 실라가 있었다.

베드로의 죽음, 그리고 여전한 로마제국의 폭력, 위선, 불의, 탐욕…… 그 속에서 실라는 비참했고 무서웠고 좌절했고 절망했다. 사도들이 생명을 담보로 지켜 냈던 복음이, 그가 필사한 두루마리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복음을 움켜쥐고 있음에도, 망설였고 불안했다. “우리가 아는 진실을 굳건히 지켜내야 합니다.” 오래전 바울이 한 말을 간직하고 있었으나, 그의 마음은 격하게 요동쳤다. ‘저는 내면의 싸움에서 지고 있습니다, 주님.’


 

‘제국’의 온갖 불의와 위선 속에 나 역시 갈 바를 몰라 망설일 때가 있다. ‘제국’은 여전히 건재하며, 여전한 주도면밀함으로 우리를 압도한다. 시대의 절망은 어느 세대에게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희망의 절정이어야 할 복음이 내 가슴속에 있지만, 나의 실존은 여전히 불안하다. 실라의 두려움에 감히 공감하는 까닭이다. 그의 몸짓, 비틀거리는 걸음, 주저하는 마음들, 냉소적인 말투, 지친 목소리. 그것을 속으로 감추고 있었을 뿐, 낯설지 않은 연약함의 흔적들이 내게도 그득하다.

실라는 ‘증인’이었다. 시력을 잃은 바울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어부 출신인 베드로를 위해 편지를 받아썼고, 전달했다. 사도들의 죽음 이후, 간신히 도망쳐 은신했던 믿음의 공동체 속에서, 그는 차츰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의 회복에는 두 가지가 필요했다. ‘믿음의 공동체’와 ‘다시, 기억하기’. 실라가 만난 믿음의 벗들은 ‘그분’의 사람들이었고, 그들 속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는 복음은 다시 부르심을 기억하게 하였다. 희망은, 복음을 기억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거기서부터 길이 열린다. 나의 실존을 휘어 감싸는 제국의 온갖 폭력에도, 회유와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복음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예수를 기억하는 것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어디서든, 언제나, 다시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 복음, 진리. 그것을 기억하는 것에서 ‘증인’의 사역은 시작되고, 이어질 것이다. “실라의 숨이 다하면, 또 다른 사람이 준비될 것이다.” 하여, 실라의 길은 곧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길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그렇게 안 팔린다는 ‘기독교 소설’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이 말했듯이, 소설이 살아야 전체 출판 시장이 산다. 그런데 기독교에는 애초부터 소설 장르는 죽어 있다. 우리나라의 기독 출판 이야기다. 기독 출판 시장의 빈약함도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 문학 장르도 없지만, 작가도 없다. 문학 독자도 없다. 소설, 시, 에세이 등의 장르는 문학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한껏 자극하여, 우리의 영성까지도 깊고 넓고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문학이란 장르가 한국 기독 출판계에 자리 잡을 즈음에야,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달라져 있으리라 감히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홍성사의 분전은 칭찬해 주어 마땅하다. 특히 프랜신 리버스의 글은 흥미롭고 찬란하기까지 하다. 모세, 여호수아, 다윗, 당대의 종교 지도자, 바울과 베드로의 뒤에서 그들과 함께, 혹은 그들에게 도전하며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갔던 ‘2인자’들을 소개하는 ‘위대한 2인자’ 시리즈. 소설 《실라》는 그 마지막 책이다. ‘2인자’들 역시 위대하지만 그들이 위대해서가 아니라(이 시리즈에 대한 거의 유일한 불만은 시리즈 명이다. 왜 ‘2인자’ 앞에 ‘위대한’이란 수식어를 붙였을까!), 나와 같은 연약함을 온전히 극복해 낸 믿음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큰 위로와 도전이 된다. 책의 모양새도 단아하다. 다섯 권을 서가에 모아 두면 참 예쁠 것 같다.


 

김진형(IVP 영업마케팅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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