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게시판
작성자 국효숙
작성일 2013-11-28 (목) 11:49
ㆍ조회: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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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서거50주년-내가 써 본 스크루테이프의 편지-3

17. 김태열


사랑하는 테이프스크루에게


내 환자가 다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하는 보고서를 잘 받아보았다. 거기에 대해서 너는 또 노심초사하고 있으니, 내 어렸을 적이 생각나는구나. 나도 내 삼촌 스크루테이프(Screwtape)에게 모진 사랑을 받고 나서야 거기에 대해서는 크게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걸 알았다. 슬럽갑(Slubgob)학장 후임 슬럽을(Slubeul)이 불신자보다는 초신자 공격으로 제대로 방향을 잡지 않았느냐? 가르침을 잘 새겨듣거라. 너도 제 환자의 습성-교훈을 주는 과거를 망각-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냐? 아니지, 그럴 일 없겠지. 현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일이라면 깨끗이 잊어버리고, 실패하고 패배한 아름다운 기억만 간직하는 것이 우리를 얼마나 즐겁게 하느냐. 그러니 너도 그 기억을 떠올려, 다시 긍정적인 마음을 갖길 바란다. 그리고 또 살며시 속삭여주라고. ‘너 이번이 처음 아니잖아.’ 라고.

환자가 다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으나 크게 염려할 단계는 아니다. 그 때 딱히 할 일이 없기에 혹은 사람 눈치로 가지않던? 또 교회로 다시 돌아온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하지 않던? 만약 그렇다면 하루 바삐 나에게 보고서를 제출하거라. 내가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을 테니까. 과거에도 효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기대가 큰 방법들이 수두룩하다고.

우리에게 효과적인 무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횡재냐. 7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지. 그게 다 우리 조상들이 먹이들에게 늘 일거리를 찾아다니라고 부추겨서 얻어낸 성과 아니냐. 일의 중심에 돈만 박아놓아도 모든 것은 얼마나 간단해지는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일을 많이 하게 하고, 그 일에서 태어난 멋진 것들을 사기 위해 돈을 더 쓰게 하고, 돈을 더 쓰기 위해 다시 일을 더 많이 하고…나는 자본주의가 사람들에게 있어 마지막으로 성공한 유일한 경제체제임이 강렬히 심겨졌을 때 환호성을 쳤다! 돈 쓰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원수 그 작자는 알지도 못할거다. 원수도 재물의 위험성을 여러 번 알렸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돈을 좋아할지는 몰랐던 거겠지.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할수록 우리에겐 유리한 게임이란 걸 기억해둬라. 어쨌든 ‘청교도주의’란 용어가 우리에게 준 혜택은 계속 이어질게 분명하다. 돈쓰는 양심의 가책일랑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고 환자에게 계속 새로운 물건으로 자극시켜 주라구.

TV 인터넷 광고에 대해서는 아직 거부 반응이 없겠지? 어찌됐든 원수에게 쏟는 시간과 관심을 줄일 수 있는 것을 사들이는 것은 지극히 좋은 것이다. 물건을 사는 이유 중에 원수에 대한 이유가 끼어 있어도 걱정치 말거라. 나는 서서히 그보다는 자잘한 즐거움에 정신을 내놓은 인간들을 무척이나 봐왔지. 이게 옳은가? 바람직한가? 라는 질문만 깨버리면 만사오케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 생각은 막고 감각적인 경험만 남겨놔야 한다.

어쨌든 세속적인 만족에 붙들어두는 한(이 원칙은 영원히 불변할거다) 성공에 집착(요즘은 단순히 진짜행복이라해도좋다)할 수 밖에 없을 거고 그렇다면 믿음을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도 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일게다. 특히 환자가 긍정주의 사조에도 매달리고 있는지 잘 보고 있거라. 원래 우리는 썩 원하지 않는 방법이었으나 원수를 향한 극단 외에는 어떤 극단도 쓸모가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지. 이로써 환자는 자기 자신으로 가득채워질 것이니 오늘도 하루 수만 명씩 아버지를 듬뿍 배불려주고 있다는 것에야 신경 쓸 여력이야 있겠느냐? 자기가 원하는 실제만 바라보도록 계속 눈을 밝혀주길 바란다.

너를 아끼는 삼촌,

Wormwood

18. 이현경


1.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게 하라.

죽지 않을 것처럼, 영원히 살 것처럼. 주위 사람을 돌아보기보다 오직 나의 야망과 목표, 물질만을 생각하게 하라. 죽음 이후의 삶은 나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나는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

2.마음속에 미룸의 씨앗을 뿌려라.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이런 말들을 끝없이 미루도록 도와줘라. 창조주가 자신을 지은 목적을 찾는 일도 미루도록.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도 미루도록. 창조주가 자기에게 주신 재능과 자신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도록. 끝없이 미루게 하라.


3.오직 나만이 존귀하다.

“오직 나만이 존귀하고 타인은 그저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라는 생각을 심어 주어라. 타인은 존재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목적에 부합할 때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도록. 인간의 존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유용성이 목적이 되도록.

4.오직 나만이 흠이 없다.

“모든 것은 ‘너’의 잘못이지 ‘나’의 잘못이 아니다. 나는 자유롭고 흠없고 똑똑하고 유능하지만 남들은 그렇지 않다. 모든 문제는 흠 많은 너 혹은 너희의 잘못이니 너희가 해결해라.”

이런 생각을 심어 주어라. 자기가 유능하고 흠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문제가 생기면 비겁하게 회피하고 도망치는 무책임한 인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19. 김주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 성수오빠를 생각하며

사랑하는 웜우드에게

아래에 계신 아버지한테 배운대로 잘 다룬 환자하나의 경우를 너에게 특별히 알려주겠다.

너의 지루해하는 요즘을 활기차게 해줄 약이 되길 바라면서, 나의 성공적인 케이스를 소개해주지.

우선 주어진 환자에게서 우리와 많이 닮은 부분을 잘 활용해야한다.

나의 환자 k 는 미래를 늘 신경썼다. 전에 말했듯이 거의 모든 악은 미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두려움과 탐욕과 정욕과 야망은 앞을 바라보지.

그래서 나의 의도대로 어릴 때부터 잘 세뇌시킬 수 있었다.

이런 세뇌를 깨려면 원수가 강하게 잡고 꽉 안아서 속사람이 나오도록 해야하고, 나온 환자의 속사람이

자신의 겉모습의 경향을 적나라하게 봐야만 이 세뇌에서 풀릴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이 아픈만큼,

감당하려는 환자가 별로 없기에 우리의 사업이 그나마 잘 굴러가고 있는거다.

그치만, 원수가 강하게 간섭하는 환자가 종종있어서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쫌 있다.

기분나쁘지만...

암튼 삼천포로 빠졌지만, 대개의 환자는 이 세뇌로 인해 주변인들에게서 어릴때부터 내돌려지는

존재가 되면서 20대 이상이 되면 주변인들이 이 환자를 거의 손을 대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이 환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 우리의 방법을 즐겨 사용하게 된다.

거짓말은 물론,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주변인들을 원망하고, 잘되는 사람을 시기하고,

잘되는 그들보다 스스로가 낫다고 착각하는 황제병을 즐기게 되지.

자연스럽게 그런 환자의 주변엔 이 환자와 같은 증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이 환자를 이용하려는

한술 더 뜨는 잡배들이 꼬이지. 바람직하게.

이 환자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원수의 공략이 있더라도, 환자 스스로가 거북해하고, 본능적으로 원수에게

가려면 아플거라는 걸 알아서 원수의 측근에게는 거리를 둔다. 아주 바람직하게. 하하하

그래서 40대쯤 되면 이 환자는 알아서 돈을 많이 꾸고 독촉받고 알아서 우리의 절망놀이터에 오고,

알아서 그 혼을 우리에게 내준다. 기꺼이. 아주아주 바람직하게.

그리고 더욱 바람직한 것은 이런 환자의 경우, 이 흐름을 자기 자식에게도 물려주고 그 흐름대로

그 아이들도 우리의 손에 떨어지지. 아주아주아주 바람직하게.

이런 관리법은 정말 우수한 경우이니만큼. 잘 알아서 활용하길 권하는 바이다.


너의 자랑스런 삼촌 스크루테이프.


 

20. 김세움


TO. 조카에게

지난번 원수가 또 한 영혼을 영원한 자신의 낙원으로 데리고 갔구나. 이것같이 기분 나쁜 것도 없다. 원수는 아무 호감도 가지 않는 실패의 경험으로 가득찬 사람들을 너무 쉽게 구원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가장 겸손하기 때문에 가장 교만한 사람들의 땅 밑보다 더 내려가 있는 마음을 쉽게 만지는 것 같다. 원수의 손길이 닿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와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들이 원수와 만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 아니다. 원수 자신보다 원수가 했던 외적인 기적에 그들이 빠져들 수 있다면 이것같이 원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방법도 없다. 사람들을 점점 외적인 은사에 집중하도록 유도해야한다. 눈에 보이는 것 그래서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신앙의 최고봉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해야 한다. 이것같이 원수를 따르는 사람들을 현혹하기 쉬운 게 없지. 기다림의 가치, 낮아짐의 가치, 자기 부인의 가치를 그들이 알게 되면 우리의 어떤 유혹도 쉽게 그들을 원수에게서 멀어지게 할 수 없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 이런 외적인 것만을 중요시하는 집회를 열고 설교를 하게 되면 일단 우리가 원하는 목표는 반은 이룬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장 겸손해서 낮아짐 없이는 정확하게 볼 수 없는 원수의 모습을 놓치게 되거든. 원수보다 높아져서 집회를 여는 사람들을 봐라. 그들은 유명인이고 학식이 있고 재능이 많은 사람들이지, 그래서 사람들은 더 분별을 안 하게 된다.

생각이 다른 것 때문에 서로 분열되는 교회가 있다는 너의 관찰은 정확하다. 생각이 다른 것 때문에 갈라진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들이 원수보다 더욱 사랑하고 있는 것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거다. 원수같이 낮아진다면 그것같이 견고한 교회는 없다. 교회가 견고해지면 원수를 사랑하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으니 되도록 서로 생각이 다른 것 때문에 함께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끔 유도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음이 모여 하모니를 이룬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들이 원수에게 다가갈 확률은 높아지게 된다. 원수가 한 일들을 높여 부르며 칭찬하는 찬송가를 내가 싫어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결론이 나지 않는 복합적인 두 주제를 놓고 서로 싸우는 사람들을 보는 게 재밌다 고 한 너의 비웃음 섞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그럴 때 소리조차 내지 않고 웃음을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거든. 이런 경우 분열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웃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지, 가끔 원수의 지혜를 사모하는 자들이 서로 사랑하라고 했던 원수의 말을 기억하며 싸움을 멈추는 것을 보면 원수가 가끔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끝까지 사랑했기 때문에 원수의 말에는 힘이 있거든. 원수의 무서운 점이 이거다. 원수의 이런 점을 보지 못하게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반듯이 외적인 능력에 그들의 초점이 맞춰지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원수가 만든 교회라는 공동체에 있지 않게 해야 된다. 원수가 만든 교회라는 공동체에 원수의 사람들의 모임이 비활성화 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격려 없이 일생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을 그들은 모르거나 잊고 있다. 사람들이 이 점을 망각하고 홀로 다니게 끔 해야 한다. 두 세 사람이 원수의 이름으로 모인 곳에 원수도 함께 있다는 원수의 말은 교회 공동체에 힘을 줄 수 있으니 자신이 옆에 있는 사람보다 더 낫다는 허영심을 갖게 계속 해서 유도해야 한다.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라는 말씀을 그들이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것은 언제나 지혜로운 일이다. 사람들은 더 낫거나 자신의 의견만큼 귀기우려야 할 가치 있는 반대쪽의 의견은 무시하기 쉬운 존재다. 더욱 성장하고 있는 너를 보니 삼촌은 아주 흐뭇하다.

FROM. 너를 아끼는 대장 악마.

21. 김정민


친애하는 웸우드에게

삼촌을 시험하는게냐? 오늘도 여전히 마귀-톡에 답장을 하지 않더구나. 그래, 잘하고 있다! 난 네가 환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나에게도 맛보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정도면 충분하니, 이 편지를 받거든 70년만에 펜대를 잡는 삼촌에게 마귀-톡 답장을 해주길 바란다(호의는 여기까지다).

그래, 사라지지 않는 ‘1’ 때문에 이 못난 삼촌은 며칠간 안절부절했단다. 덕분에 환자들이 이 ‘1’로 인해 얼마나 고통받고 있을지 조금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된 것 같구나. 지난 10년동안 우리 악마들이 고심해서 개발한 ‘소통단절 프로젝트; 깝깝-톡(환자들은 이걸 ‘까까오톡’이라고 부르더구나)’이 이제 한국에 많이 보급이 된 것 같다.

얘야, 네가 나에게 묻던 그 말을 기억하니? 삼촌은 왜 환자들이 서로 더 많이 대화할 수 있도록 내비두는거냐는 질문 말이다. 삼촌은 그 때 속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고 ‘풍요속의 빈곤이요, 소통속의 단절이다’라는 다소 추상적인 말로 대답했던 걸로 기억이 되는구나. 사실 네게 마귀-톡 보낸것도 함께 오늘날의 한국 사회 속에서의 단절을 몸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네 걱정과는 다르게 서서히 단절이 진행되어가는걸 이젠 눈으로 확연히 볼 수 있게 되었단 말이다(식당, 지하철 등 여기저기 아주 볼만한 광경들이 많다).

환자들 휴대폰에 심겨진 깝깝-톡은 그들 서로가 더 소통하는 것 같이 보여도, 오히려 그것이 그들 사이에 벽을 만든다는 사실을 환자들은 여전히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깝깝-톡으로 보낸 환자들의 메시지는 그들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고, 성급하게 만든다. 순식간에 보내지고, 또 사라지는 메시지 속에 그들은 표정없고, 감정없으며, 진실성없이,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곤 하지. 이 삼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환자들이 단 한순간도 그것을 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그 중독성에 있다. 웸우드, 네가 메시지를 보내고 읽지 않으면 무언가 표시를 하는게 어떻겠냐는 생각은 정말로 탁월한 생각이었다. 그들은 ‘1’이라는 숫자를 가장 좋아했지만, 이젠 가장 혐오하는 숫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그걸 보여주고 있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들은 원수와의 대화에서도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단다. 뭐? 믿기지 않는다고? 이것이 우리 악마들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란다. 그들의 일방적인 소통의 태도는 원수와의 대화에서도 나타난단다. 환자가 환자에게 하듯, 환자는 원수에게 점점 더 조급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단다. 정제되지 않은 말로 원수에게 말하고, 때론 원수의 주권적 무딤을 그들이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말이다.

다음 번 네 답장을 받을 때는, 깝깝-톡으로 예배를 집도하는 목사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빈다.

너를 아끼는 삼촌 스크루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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