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게시판
작성자 국효숙
작성일 2013-11-28 (목) 11:35
ㆍ조회: 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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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서거 50주년-내가 써 본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지난 11월 22일 홍성사 양화진 책방에는 C.S.루이스가 이 땅을 떠난 지 50년이 된 날을 기념하여 그의 팬임을 자칭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전에 '내가 써 본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공모전을 열어 여러 사람들이 글들을 보내왔다.
당선된 네 편의 글들 외 모든 글들을 보고 싶다는 의견들이 많아 여기에 그 글들을 남김다.
 

1. 최환영 님

사랑하는 웜우드에게

얼마 전에 니가 맡고 있는 교회에서 인간들이 원수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둥 하는 헌신예배라는 것을 망쳐 놓은 것은 정말 칭찬 할 만하다. 보통 인간들이 원수의 홈그라운드라고 여길 만한 곳은 오히려 우리에게 더 작업하긴 쉬운 곳이니 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원수도 알고 우리도 잘 알고 있지 그래서 원수는 항상 오래 전부터 인간들에게 그렇게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도통 귀담아 듣지 않았단다. 원수는 심지어 목숨이 음식 보다 중하고 몸이 의복보다 중하다고 그렇게 아주 초보적인 내용을 수제자들에게 말했어도 역시 알아듣지 못했지. 이번에도 원수에게 충성을 맹세하겠다며 헌신예배라는 것을 한다는 그 환자들에게도 분명 원수는 주의를 줬을 테다. 그런데 얼마 전 네가 보고 한 이후 한 번 상황을 들여 다 보니 역시나 환자들은 헌신은 헌신짝처럼 내 던지고 이리저리 바쁘게 강사 섭외니 다과 준비니 등등 부주하게 정신이 없더구나.

특히 환자들 사이에서도 환자들을 가르친다는 그 페스토라는 녀석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잘 한 것 같더구나. 페스토는 오랫동안 작업 해 온 결실을 보는 듯 했어. 똑똑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보통 겸손하기 쉽지 않지! 그동안 페스토에게 원수에 관한 책과 글을 읽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남들에게 전하고 나누는 것을 그냥 내 버려 둔 것 같아서 한 참 널 혼냈 던 것은 미안했다. 알고 보니 동시에 넌 페스토가 잠들기 전에 항상 ‘넌 정말 오늘 훌륭했어!’ 라는 작은 속삭임은 잊지 않았더구나. 결국 이번에 그 망할 헌신예배를 정말 망쳐놓은데 큰 공을 세운거야! 보통 그런 환자들은 이런 행사나 뭔가 일이 생기면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극대화 되거든 물론 그런 마음은 평소에 읽고 들은 원수의 이런 저런 좋은 말들로 치장하고 명분을 세워서 그 시커먼 속내는 감추곤 한단다. 더욱이 페스토는 그런 환자들을 이끄는 리더격에 있었으니 뭐 나머지 더 멍청한 환자들은 두 말 할 것 없겠지. 더더욱 잘 한 것은 그 나머지 환자들이 별로 이런 헌신예배나 행사에 관심 둘 만큼 한가롭지 않게 한 것이야, 다들 먹고 마시는 일에 염려하도록 바쁘게 움직이게 했더구나! 원수가 그렇게 음식이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했는데도 말이야 이번 환자들이 그동안 원수의 집이라는 교회에 모여서 고작 하는 말들이란 집 평수나 애들 교육이나 어제 백화점 가을 세일 소식이나 뭐 그런 먹고 마시는 일들이 전부였지. 우리들이 인간들에게 주로 쓰는 아주 쉽고도 확실하게 먹히는 방법이 바로 이 주객전도 수법이야 뭐가 더 중요한지 뭐가 우선인지 무엇이 목적인지를 분간 못하게 하는 것은 수천 만년 내려 온 고전과 같지.

그런데 이번 일에서 걱정스런 것은 환자들 중에 찰스라는 녀석이야. 헌신예배를 망쳐놓고 놔서 네가 방심했는지 찰스가 환자들에게 이상한 말을 하고 페스토에게 덤벼든 사건 말이다. 넌 그냥 페스토가 더 돋보였던 것 같아 찰스가 질투한 것으로 내게 보고했더구나! 하지만 알고 보니 찰스는 원수가 강조하던 그 목숨에 대해 환자들에게 말하고 페스토에게 경고 했던 거였어, 갑자기 찰스가 왜 그랬는지는 주의 깊게 봐야겠지만 알다시피 원수는 항상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역전을 일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튼 찰스는 원수가 이야기 한 그 ‘목숨’에 대해 우리가 방심한 사이에 깊이 묵상했던 것 같더구나. 아마 그런 생각의 시작은 페스토가 이번 헌신 행사에서 나온 돈에 대해 언급한 것 때문인 것 같더구나. 돈에 대해 욕심을 갖게 하는 건 좋은 방법이지만 원수에게 바쳐 진다고하는 여기는 그 돈에 대해서는 환자들이 아주 민감하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 그런 것을 다룰 때는 꾸준한 작업과 원수의 명분이 있어야 해 안 그러면 오히려 역풍을 받게 되고 말지. 그렇게 찰스는 페스토가 헌금에 손을 댄 것에 대해 뭔가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을 원수가 불어 넣은 게 분명해! 이런 실수는 너 뿐 아니라 오래전 원수를 팔아넘기려고 유다 녀석에게 교회 돈으로 매수했을 때 오히려 원수가 그것을 역이용 한 것을 보면 이건 비단 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결국은 돈은 우리에게도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못쓰면 독이 되는 것이지. 아무튼 찰스가 이번 페스토의 헌금에 대한 태도와 손을 댄 것에 대해 다른 환자들을 각성시키는 계기를 만들게 된 것은 그냥 넘어가선 안될 일이다. 그래서 다시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알려 주마 이번에 찰스에게 더더욱 페스토를 밀어붙이도록 그 돈에 대한 ‘정의감’을 불어넣어줘라 그러면 찰스 역시 그 정의감으로 페스토의 ‘목숨’이 더 중요한지 모르고 계속 덤 빌 테니 말이야 대신에 너무 급하게 말고 천천히 서서히 말이야!

널 사랑하는 삼촌이.


 

2. 신경희

스크루테이프의 옴니버스

졸개시절 환자들을 경쟁적으로 유혹하던 글루보즈와 슬럼트림펫은 승진 경쟁에서 도태되고, 더 이상 필적할만한 상대가 없어진 웜우드는 스크루테이프로부터 받았던 모욕감을 설욕하면서 그보다 더욱 진일보한 잔인함과 교활함을 자랑거리로 삼고 있다. 한편 스크루테이프는 성급한 성격과 벌레로의 변신이 잦았던 관계로 영적 치매 증상을 가지고 뒷방 늙은이가 되어 있다. 그가 하는 파적거리라고는 ‘타락한 가장 고상한 인간들’을 별미삼아 왕성해진 식욕을 채우는 것뿐이었다. 아직도 간간이 정신이 돌아올 때면 웜우드를 몰아치곤 하지만 수하에 졸개들을 여럿 거느린 웜우드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다. 그러나 최고 사령관자리에 앉은 웜우드에게도 역린이 있었는데 바로 스크루테이프의 외투 안주머니에 있는 다 낡아빠진 편지 한 장이다. 만약 그 오래된 편지가 마귀 세계에 알려지는 날이면 웜우드의 실체는 폭로되고 마귀 세계에서 흔적도 없이 제거될 것이다. 그 편지는 70년 전 원래 32통이던 편지 묶음에서 몰래 빼돌린 것으로, 20번째와 21번째 사이에 보냈던 것이다. 스크루테이프는 오락가락하는 정신에도 불구하고 주머니 깊이 찔러둔 그 편지만은 놓지 않고 있다. 그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금 네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그 젊은 환자와 그 옆에서 악취를 풍기는 여자 문제로 시름하고 있는 너를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앞으로 70-80년 후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 질 것인데 네가 가진 그 정신과 영성으로는 절대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모든 환자들이 신앙의 건조기나 가족과의 불화로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원수행세’를 탁월하게 잘 하려는 것에 목을 맬 것이다. 왜냐하면 우상이 되기만 하면 권력, 돈, 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 붙기 때문이지. 그런데 이 병은 너나 나에게 절호의 기회인 것은 틀림없지만 자칫했다가는 모든 환자들이 원수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가 버릴 것이고 너와 나 같은 것들은 버러지로 변태하여 흙이나 파먹으며 살게 될게다.

이 일을 위해서 너는 자기 일에 전문성을 지니고 덕망 있다는, 즉 꾀 괜찮다고 소문난 환자들을 교묘하게 유혹해야 할 게야. 단 주의해야할 것은 이런 종류의 환자들은 웬만큼 고상해서는 유혹할 수 없고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덕목들이 겉발림이라도 돼있어야 솔깃해 하기 때문에 가면을 잘 둘러쓰고 접근하거라. 넘어왔다 싶으면 그들 심연 깊은 곳에 있는 ‘그것(교만)’ 알지? 꾀 괜찮은 환자들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그것을 슬슬 만져 주라는 거지. 물론 그들이 맨정신이었다면 결코 속지 않았겠지만 고상함에 마취된 환자는 교만을 기품이나 품격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니지. 여기까지 몰고 올수만 있다면 그 환자들은 우리 밥이나 다름없다. 지금부터는 손안대고 코푸는 격이지. 교만의 덫에 걸린 환자들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기망하게 될 것이다.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가면 속의 것이 제 것인지 아니면 가면이 제 것인지, 아니면 생각하고 있는 존재 자체가 누구인지 의심하게 되는 완벽한 혼돈 속으로 빨려들게 된다. 그 혼돈 속에서 꾀 괜찮은 환자는 ‘아마도 내가 원수이지 않을까’하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지. 바로 그 경지에 이르면 그 환자는 바로 너! 웜우드의 졸개가 되는 것이고, 우리의 주인님이 기뻐하실 인재로 거듭나게 된다.

아!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쪽에서도 위험을 감수해야하지 않겠어? 웜우드 네가 환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해. 자칫했다가는 환자의 영혼 속에서 녹아버리는 일이 생길 수 도 있으니 절대 조심해야 한다. 이건 우리세계에서도 불법이므로 너와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자꾸나. 물론 네가 내게 달려들거나 깝죽거린다면 그 비밀이 새털처럼 가벼운 내 입에만 담겨 있을 거라고는 생각 말거라. 어차피 몸을 더럽히는 건 너니까. 환자 몸속에 있는 네 몰골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구토가 나는구나. 우-웩! 잊지 말거라. 나는 항상 네 모가지를 틀어쥐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3. 허필석

웜우드, 나는 오늘 네가 그 곳에 가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음에도,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는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정말이지 나는 네가 내 조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견딜 수 없다. 네가 한일이 뭔지 아니? 너는 사람들이 원수가 창조한 이 세상에서 그 원수의 뜻대로 사는 것을 더욱더 믿고 확신하게 만들었다는 바로 그 추악한 행동을 한 거다.

사람들은 원수가 세상을 창조했을 때를 기억하지 못하지. 하지만, 본능적으로 그들은 그 시점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마치 인간의 아기들이 어미의 자궁속에 있을 때 가장 편하고 이완되는 느낌을 가지듯이, 원수와 함께 그 세상의 처음에서 함께 나누었던 그 기억을 ‘원초적으로’기억해 내는 습성이 있다.

그 기억은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인간들은 그 기억을 통해..조금씩 조금씩 원수 앞으로 나아가게 되지.....아~ 내가 가장 잘못한 일.....그것이 뭔지 아니? 바로 원수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밖게 그대로 놔둔거야. 아~ 내가 그때 왜 그렇게 했는지 정말이지 지금도 생각만 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이다......우리가 수천년동안 작업했던 일이 그 십자가의 숙고와 인내 때문에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 십자가가 한 일을 내가 구체적으로 얘기해주마

그 십자가는 인간들이 바로 그 처음 시간을 바라보는 통로가 되었다. 우리가 수 천년동안 우리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그 통로를 엄격하게 차단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3년을 원수가 인내하도록 방심한 까닭에, 인간들은 정말 자유롭게 그 시간을 누리고 열망할 수 있게 되었단 말이다.

웜우드, 네가 인간들에게 한 짓이 바로 그 십자가를 버리지 않게 만든거다. 극한 고통에 처한 인간들에게, ‘그렇지? 너네가 믿는 그자는 아무것도 해줄수 없쟎아? 바로 그거야, 그를 외면해....그를 잊어....!!!’라고 그들을 현혹하라고 내가 그렇게 수차례 얘기했는데, 너는 그깟 감기에 걸렸다는 이유로 내 말을 듣지 않았지?

어떻게든 극심한 어려움 속에서 인간들은 자기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십자가를 가차 없이 버리게끔 도와주라고 내가 그리도 많이 얘기하지 않았냐? 자신들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떤 역할도 없는 것이 바로 그 십자가라고 믿게 하고, 그들이 그것을 그냥 나무토막이라고 믿게 만드는 순간, 우리가 수많은 시간동안 작업했던 그 목표대로, 저 원수의 영원의 문은 닫히고 원수는 영원히 그들과 생이별하게 되는 것이었다.

너의 실수로 인해 인간들은 이제 오직 그 빛만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 빛을 향해 걸어가면서....원수가 그 혹독한 시간에 인간들과 함께 있음을 믿으며, 그들은 더 이상 그들의 눈을 다른곳으로 돌리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결코 기대할수 없었던 강한 결속력으로 인간들이 원수의 품안에 안기게 되는 거란 말이다.

아직 모르겠니?

너의 작은 실수가 멍청한 인간들이 원수를 ‘주’라고 고백하는 그 심각한 상황을 만들었단 말이다.

기억해라... 웜우드!!!

어떠한 시련들 속에서도 인간들이 원수의 십자가를 기억하게 되는 순간....그것은 곧 우리에게 최악의 위험을 의미한다는 것을....

너를 사랑하는 스크루테이프로부터


 

4. 허시온 (인천 경명초등학교 3학년)

웜우드에게

웜우드 네가 요즘 일을 잘 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쫒겨나고 싶지 않다면 들어라

인간들 중에 착하게 살고 있는 아이들이 두명 있다.

다른 사람들도 많지만 그 아이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구나

그들을 싸우게 만들어라

그리고 서로를 이간질 하게 만들어라!

소식으로는 네가 몸살이어서 그런가 본데, 당장 가거라!

잘 지금부터 자세히 알려주겠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빵을 가장 좋아한다.

이쯤이면 너도 무엇인지 알것이다

빵을 이용해라

그리고 웜우드! 지금 방심할 때가 아니야!

지금 교회들이 무엇을 하는지 아는지 모르겠구나..

지금 이 순간 단 1분 1초도 빠짐없이 교회들은 전도하고 묵상하고 기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원수의 세상에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을 탐욕과 욕심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

헬라당은 예전과는 바뀐것이 많다.

원수의 나라처럼 우리도 발전하고 있는 거지

우리가 잘라낸 접붙임 감람나무에 가지가 썩어가고 있다.

원수는 감람나무에 새 가지가 접붙여졌을 때 가장 기뻐했지

그 뜻은 이방 사람들이 구원받았다는 거지....

그런데 이방사람들이 죄를 지으면서 접붙임 감람나무에 첫번째 도끼질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감람나무가 썩어가는것은 이방민족들이 원수를 버렸다는 거다...

하지만 절대 방심해선 안된다.

잠깐!

감람나무가 뭔지는 아나?

감람나무는 백성들의 마음을 뜻한다.

아까말했듯이 절대 방심하지 마라.

듣기로는 너를 관리하고 있는 의사가 헬라당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라던데 맞느냐

나도 요즘 좀 몸이 안좋아서 가려고 한다.

답장할 때 그 의사 주소랑 같이 알려줘라 그런데 그 의사가 약간 기독교 쪽이라는데 내가 확인을 해보겠다.

거기 그 병원에 가면 내가 그 의사한테 물어보겠다.

아무튼 절대로 방심하지 말고 내가 아까 말한 듯이 가거라

그리고 내가 말한일을 하고 시간이 남으면 나를 위해 한가지 일을 더 하거라

비밀리에 교회에 침입하라

그리고 교회에서 무슨 설교를 하는지 보고해다오....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삼촌 스크루테이프로부터


 

5. Julian KIM

사랑하는내조카,웜우드에게,

지난번 네 환자에 대한 네 편지는 지금의 네 형편없는 수준을 잘 말해주더구나, 또한번

얘기하지만,우리의원수가네환자를교육하는방법이짜증나고경멸스럽기는하지만,우리가

절대로 얕잡아 봐서는 않된다. 일단 네 환자가 원수의 사랑을 끝자락의 조금이라도 맛본적이

있다면,그는어렵고힘든상황에서그조금맛본사랑이란빌어먹을것을기억하려할것이다.

그사랑은아주강렬하여서마치,우리아버지가계시는저아래에서영원히꺼지지않고뜨겁게

활활타오르고있는멋진불을우리가잊을수없는것처럼,네환자의뇌리에아주깊이박혀

있지. 그러나 말이다, 이럴때 우리에게도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네 환자는 원수가

반드시 자기를 구원해 줄 것을 희망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버티고 있지. 이럴때, 너는 그

희망의촛점을원수의뜻이아닌,환자자신의유익으로슬쩍돌려서,그의마음속에넣어주거라.

보통환자들은,이런희망이막연히원수에게서나왔으며,비로소자신들을어려움에서구원할

것으로믿고있지….원수의뜻이네환자를통해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네환자가생각하는

자신을 위해 그 희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믿음이, 원수의 뜻이라고 착각하게 하란 말이다.

원수보다는 환자 자신에게 촛점이 맞춰지도록 하는 일은, 우리에게는 참으로 쉬운 일이지.

환자를진짜사랑하고저위에있는그의진짜아버지인우리의대원수는,환자가원수자신을

변함없이 신뢰하며, 어려움 가운데서도 굳건히 버티어 내어서, 마침내 구원 받기를 원한다는

사실을모르게해야한다.(1)


기대가커야,실망도그만큼커지는법이다.네환자스스로가고안한해결책과확정한시일에,

스스로를 구원하리라고 희망하고, 바라고 믿게 만들어줘라. 오직 그 희망만을 생각하게 하고,

희망이이루어질그날을멀지않은미래로설정도록도와주는것도중요하지. 이를테면,이번

원수 생일(2)에는 이루어지겠지, 우리 국치일(國恥.日:3)에는 이루어지겠지 등등…. 그날이

와서도 여전히 변함없이 처한 자신의 상황을 보면, 처음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야!’라고

자신을위로하겠지만,이루어지지않는바램이한번두번반복되는것을보면서,의심이생기기

시작할것이다.이때,그의심이환자자신에대한원수의무관심내지는원수에대한불신으로

이어질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라. 잘만하면, 네 환자를 절망으로 이끌어서, 당장 우리

아버지에게로 데리고 가는 기쁨도 누릴 수 있겠지만, 그런 무리수는 쓰지 않아도 된다.

재수없으면, 네 환자를 위해서, 말없이 옆에서 기도하는 다른 인간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원수가보내는12군단의천군,천사와싸워야하는불쌍사가생길수도있으니까.(4)쉽게가자!

사실,우리의최대과업은,인간들을당장우리아버지께이끌고가는것이아니라,그인간들을

우리의철천지원수에게서되도록멀리떨어뜨려놓는것임을잊지말거라!이렇게만된다면,이

인간이란더럽고냄새나는추악한존재가어떻게되든지,우리에게는상관도없고,관심도없는

것이사실이아니냐!기쁜소식기다리마!


너를사랑하는삼촌,스크루테이프….

(1)롬1:17/(2)크리스마스/(3)부활절/(4)마26:53


 

6. 김성희

웜우드에게

지난번 편지에 보니, 네 환자가 아직도 독서에 빠져있다고... 더구나 요즘은 루이스라는 자의 책을 골라서 탐독한다니... 네가 그동안 도대체 내말을 어디로 들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그자(루이스)가 지난 수십년동안 우리 형제들이 밤낮 수고하여 건져낸 환자들을 얼마나 많이 돌이킬수 없는 길로 빠져들게 했는지...생각할수록 치가 떨리는 작자란 말이다! 그의 글은 불경한 요소가 가득한데, 특히 우리가 수천년동안 비밀리에 해온 일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원수에 대해서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한 자라구 그자는 죽어서도 난리지랄이구나.

네 환자가 논리적으로 원수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손 놓고 구경할 일이 아니야. 이럴 때일수록 네 환자를 의지적으로는 유약하게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단다... 아무리 불경한 책도 그것을 생각하고 적용할 시간이나 의지가 없다면, 지식이라는 것이 원수가 선물한 것일찌라도 원수와의 거리를 단 1cm 도 가깝게 할 수 없단다. 으흐흐흐. 네 환자가 단지 지성을 숭배하고 앎의 쾌락에만 빠진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도 없지! 예로 가상공간은 21세기 우리의 최고 성과라 할 수 있어.. 향후 수십년은 수 많은 환자들이 가상세계 속에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생각을 키워가며, 성취감과 스스로 창조자가 된 것처럼 잘난 척 할테지만 결국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거야. 우리는 그 가상세계를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속이기만 하면 된단다.

웜우드! 그러니 지금 상황이 매우 유감이지만 최악은 아니란다.. 눈치챘겠지만 현대 환자들은 ‘깨달음’과 ‘실천’은 전혀 별개의 것으로 여기지.. 실천은 커녕 돌아서면 기억조차 안하려하거든. (저 인간들이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사람처럼 변신하는 것이 ‘위선’이 아닌 ‘능력’이라는 거짓에 그렇게 쉽게 넘어갈 줄은 나도 예상밖이었지 ㅋㅋㅋ)

환자가 한번 마음을 주면 분별력은 사라지고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그 성향을 활용한다면, 네 환자가 성경이나 기도와는 담을 쌓고 수많은 다른 책속에 바쁘게 지내며 (책 내용을 자신의 삶과 절대 비교할수 없도록..하는건 알지?) 하면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겠지. 넌 그 시간을 가능한 지연시키면서 네 환자가 지적욕구를 탐닉하고 더 스스로 높아지도록 해야할거다. 책을 읽지 않는 교회지도자들을 경멸하게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단다.

그래서 모세나 아브라함, 바울같은 찌질한 자들을 존경한다고 떠벌리며 온갖 성경공부에 열올리는 환자들이 정작, 매일의 일상속에서 원수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래서 자기 가족을 무시하고, 주차장에서 분노를 터뜨리고, 주일설교를 까다롭게 비평하는 일을 일상생활로서 당연한 권리로 여기도록)

자, 그럼 오늘부터 네가 할일은 환자가 여러 목사 나부랭이들의 설교나 글을 쇼핑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는 거다.(가능한 가상공간을 활용하렴.. ) 결정적으로 지금 교회의 설교를 형편없이 시시하게 느끼도록 하고, 출석하는 교회 리더들의 도덕직 실수를 부각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겠구나. 그래서 그들에게 낙담하게만 한다면, 여태껏 네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거다.

그리고 환자가 지적 욕망에 빠져들게 한다는 목적이라해도 앞의 불경스런 책들속에 너무 오래 파묻혀 있는 것은 위험하단다(원수는 ‘말씀’ 을 이용하여 그동안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혀 왔어 비록 성경은 아닐지라도 루이스의 책은 극히 위험하긴 마찬가지야)

좌우지간 네 환자와 그 주변인들이 그런 책들을 보는 네 환자의 상태를 (신앙심이 매우 좋은 줄로)오해하고 기도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게(헤이해지게) 유도하거라.

바로 이점이 포인트야... 중보기도야 말로 우리에게는 극약이니 환자에게 향한 그것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그럼 오늘! 하루동안 네 환자가 원수와 직접 만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 보아라. 환자가 죄책감을 느낄 수 없도록 독서를 통해 마치 원수와 만났다고 착각하게 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느라 너무 바쁘다고 믿게 해야해. 하루가 중요해...오늘 그들이 만나지 못한다면, 내일 못 만나게 하는 것은 훨씬 쉬운일이지. 환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히 원수와의 간격을 1mm라도 넓혀서 환자가 원수의 음성을 전혀 알아 듣지 못하게 될 때까지 긴장하여라. 이것만큼은 절대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웜우드! 늘 하는 말이지만 네 환자의 치료하기 위해 기분이 상하더라도 작은 일엔 아량도 필요하단다.. 명심하거라

너를 아끼는 삼촌 Screwtape

추신: 루이스라는 자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하면 팩스로 자료를 보내도록 하마..


 

7. 성낙희

사랑하는 웜우드에게

네 환자가 분을 못 참아 길길이 날뛰는 모습 잘 봤겠지? 출근길 지하철에서 환자가 싫어하는 정치인의 말 몇 마디를 뉴스로 보여줬더니 저러더구나. 그날 환자의 하루는 온전히 우리 것이 됐지. 이게 다 미디어의 발전 덕택이다. 네 환자는 오래 전부터 성경은커녕 웬만한 책도 잘 안 보고 틈날 때마다 뉴스와 오락프로그램만 보지 않더냐. 주일에 예배에 집중은 못하고 계속 스마트폰으로 뉴스 검색하고 동영상 보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원수는 인간들이 심심할 때면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고, 기도하고, 원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길 원하지만, 요즘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더냐. 텔레비전에는 철 지난 영화부터 최신 드라마와 코미디프로가 즐비하고, 인터넷에는 각 분야의 정보들과 실시간 속보 뉴스가 계속 올라온다. 게다가 SNS까지. 원수에게서 관심을 돌려놓을 것들이 어찌나 많은지. 바야흐로 우리의 르네상스란 말이다.

인간의 관심이란 것도 한정된 자원이다. 이쪽에 관심을 많이 쏟으면 저쪽에 둘 마음이 줄어들지. 바로 이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일전에 가르쳐준 것이 기억나겠지. ‘기독교와 경제’, ‘기독교와 사회정의’처럼 기독교와 무엇무엇을 환자 머릿속에 넣어줘야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원수도 허용하는 바이다. 우리는 그 ‘무엇’에 집중해야 한다. 환자가 입으로는 인정하지 않더라도 ‘무엇을 위한 기독교’ 내지 ‘기독교의 무엇화化’를 무의식에서 부추겨야 한다.

여기에는 미디어 활용이 필수다. 환자로 하여금 관심 있는 그 무엇에 대해 뉴스뿐 아니라 주간지, 월간지를 탐독하게 하고, 수시로 인터넷 검색을 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환자 머릿속에 그 무엇에 대한 관심만 가득하게 하면, 주일에 목사가 ‘네 가지 마음밭’을 설교하는 동안 그 무엇에 대해서만 고민하게까지 유도할 수 있다.

미디어에는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아직 학생인 환자가 있다면 정치뉴스든 연예뉴스든 어느 한 가지를 단신 뉴스까지 놓치지 않게 만들어라. 그렇게 하려면, 분야가 정치일 경우 한 정치인의 극성팬이 되도록 해야 해. 여의치 않으면 증오할 만한 정치 집단을 보여주고 환자가 역겨워하게 만들어라. 증오라는 것도 중독성이 있어서 쳐다보기도 싫은 정치인들의 뉴스를 보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잘하면 욕설을 습관화하는 성과까지 거둘 수 있다. 내가 맡은 한 환자는 그 증오 때문에 같은 교회 교인과 입씨름을 벌였고, 주먹질 직전까지 간 일이 있다.

네 환자가 가끔 예배에 감동하는 일이 있다고 징징대지는 마라. 요즘 시대에 그런 감동을 무너뜨리는 일이 얼마나 쉬운데. 환자가 교회에서 나오면 길가에 울리는 유행가와 스포츠뉴스가 맞아줄 거다. 아니, 그 전에 환자 스스로 감동을 무너뜨리게 할 수도 한다. 예배가 끝나는 즉시 스마트폰을 켜고 SNS에서 어떤 소식들이 있는지 훑어보는 일도 숱하게 많다. 감동을 해제하는 건 쉽다. 중요한 건 감동이 의지로 이어지지 않게 주의하는 것 아니더냐.

네 환자가 책에는 별 관심이 없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서점에 들르거든 베스트셀러와 최신 유행 서적 주위만 맴돌게 만들거라. 뉴스에 소개된 부류의 책들 말이야. 혹 깊이 있는 책을 찾으려 하면 매력적이면서 그럴듯하게 꾸며진 책들이 숱하게 많으니, 목록을 첨부하마. 가능하면 옛날 책들은 피하게 하거라. 인간들이 고전이라 부르는 것들 가운데 해로운 것들이 꽤 있다. 여하튼 무조건 베스트셀러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 편지의 초점은 미디어다. 환자가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늘 가까이 하게 만들거라. 스마트폰은 절대 빠뜨리지 말고.

너를 아끼는 삼촌

스크루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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