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작성자 김기민
작성일 2008-04-23 (수) 18:00
ㆍ조회: 3688      
IP: 59.xxx.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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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얼마나 웃으세요?
 
나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Chosen'이라는 작은 반도를 비롯해 지구본에 있는 거의 모든 나라 이름을 외웠다. 그러면서 그 나라가 누구에 의해 선택된(chosen) 것인지 궁금해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 나라가 조선, 즉 한국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광주에서 지낸 짧은 기간 동안 톰슨 브라운 목사의 집에 머물렀는데 그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한국을 방문한 사람에게 아침 식사 때 말랑말랑한 감(홍시)이 나왔다. 이튿날 아침에도, 또 셋째 날에도 감이 나오자 그가 깨달음을 얻은 듯 말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왜 한국을 ‘고요한(calm) 아침의 나라’라고 하는지.”
영어 단어 'calm'이 한국말로 '감'으로 발음되는 데서 가져온 언어유희다. 우리는 재회를 기약하며 어학 공부를 마치기 위해 다시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김치를 좋아할 수 있게 되면서 나는 새로 온 선교사들에게 말하곤 했다.
“김치를 많이 먹을수록 한국어를 더 잘할 수 있게 돼요.”
이 말은 농담이면서 사실인데 김치를 많이 먹으면 그만큼 한국인들과 시간을 더 보낼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깍두기와 총각김치도 좋았지만 특히 오이김치가 맛있었다.
한국 속담 중 내가 특히 좋아한 것은 “키 큰 사람 중에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종종 이 속담을 김치를 많이 먹는 이유로 사용했다. 
 
가족사진을 찾기 위해 명동에 있는 사진관에 들렀는데 사진사가 말했다.
“아, 그 미인 사진을 찾으러 오셨군요!”
나는 그가 루스를 두고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러나 미인이 미국인을 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첫 학기에 치른 구두시험은 예상대로 어려웠다.
“한국에 뭣 하러 오셨어요?”
“배 타고 왔습니다.”
루스는 2학기 때 치른 구두시험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말았다.
 
나는 한국어 공부를 즐기려 했고 가능한 한 많이 연습하고자 노력했다. 어느 날 저녁, 치약이 필요하던 차에 연세대 앞 길모퉁이에 있는 약국까지 걸어내려 가면서 “치약 주세요”를 반복했다. 하지만 약국에서 그 말을 했을 때 점원이 내놓은 것은 다름 아닌 쥐약이었다! 쥐약으로 양치질을 할 뻔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실수였다.
 
당시 거리에는 다양한 사업을 장려하는 표어가 적힌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그중 눈에 들어온 것이 ‘청소년의 달’이라는 표어였다.
“저게 대체 무슨 뜻이죠?”
차에 동승하고 있던 다른 선교사님이 궁금해하던 내게 대답해 주었다.
“청소를 강조하는 연과 달이라는 뜻이에요.”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영어를 해 보라고 하여 아들이 “굿 모닝”(Good morning)이라고 하자 아버지가 갑자기 화를 내는 것이었다.
“뭐라고? 굶었냐고!”
하지만 이번에는 “땡큐 베리 머치”(Thank you very much)라고 하자 아버지가 아들의 용돈을 올려주며 말했다.
“아무렴…… 우리 아들이 댕기다가 빌어먹으면 안 되지.” 

당시 우리 병원 원목으로 헌틀리 목사가 봉사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면 으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 헌틀리 목사입니다. 새 틀니가 아니고요.”
디트리히 박사 또한 꿩 사냥을 매우 좋아했다.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사냥을 나가서 한 농부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할아버지, 여기 꿩 계십니까?” 

연탄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또 있다. 대전대학에서 성경을 가르치던 키이스 크림(한국 이름은 김기수) 교수인데, 한국어 실력이 뛰어난 데다 매우 재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며 말했다.
“저는 박서 김기수(당시 유명했던 권투선수)가 아니라 박사 김기수입니다.”
그가 했던 최고의 유머는 선교사를 은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순간에 있었다. 막 비행기에 오르려는데 배웅 나왔던 한국인 친구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목사님, 아주 가시는 겁니까?”
“아니요, 미주(美洲) 갑니다.”
 
병원에서 일을 시작할 때도 좌충우돌 한국어 체험기는 계속되었다. 본동사에 어미 ‘게’를 붙이고 보조동사 '하다'를 써서 사동형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나는 진료대에 누우려 하는 환자의 편의를 위해 간호사에게 말했다.
“좀 누게 하세요.”
그런데 환자와 간호사가 입을 가린 채 웃기 시작했고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소변을 보는 데는 전혀 도움이 필요치 않은 환자였기 때문임을 후에야 알게 되었다. ……이처럼 한국어와 관련하여 내가 겪은 경험들은 도전적인 취미와 더불어 치과 진료, 교육, 선교에 있어 향상된 봉사를 필요로 한 데서 비롯되었다.
 
미국으로 향하는 도중 우리 가족은 잠시 하와이에 기착했다가 로스앤젤레스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그때 한 한국인 승무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의 한국어 실력을 칭찬하기에 “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비행기를 막 탑승하려는 상황에서는 그리 적절한 대답이 아님을 곧 깨달았다.
 
루스와 함께 노래를 부르러 강단에 올라가 나는 말했다.
“소망교회는 저희에게 기분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가 미국에 있을 때 다녔던 교회도 소망개혁교회요 처음 만나게 된 곳도 호프(Hope) 대학이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내가 ‘소망교회’를 마지막으로 불렀을 때 ‘사망교회’로 발음하여 루스가 팔꿈치로 찌르며 “소망!”이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우리는 멋진 부활절을 보냈고 공항에도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울은 한국에서 응급구조사 훈련을 실시한 이후 한국 해비타트(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가 진주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현장 소장이 되었다. 한국어를 썩 잘했음에도 의사소통의 문제로 한국인 소장과 사소히 다툰 일이 있다. 바울과 동료 일꾼들은 묵고 있던 호텔의 냉방 장치가 밤마다 꺼지는 바람에 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울이 더 좋아 보이는 호텔로 옮기자고 했더니 한국인 소장이 대답했다.
“안 됩니다. 그건 ‘러브호텔’입니다.”
“우리가 짓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의 집’이 아닙니까!” 
 
나는 강당 안이 좀 덥게 느껴져 이와 관련한 여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새로 부임한 선교사가 십계명 중 하나인 “탐내지 말라”라는 주제로 설교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의 발음이 좋지 않아 설교를 하는 동안 내내 “땀 내지 말라”고 말했다. 예배가 끝난 뒤 한 여성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죄송합니다. 많이 애를 써 보았지만 너무도 열정적인 설교를 들으며 제가 그만 땀을 좀 흘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치과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졸업 요건 중 하나로 부분 의치를 해 넣는 작업이 있었습니다. 2년간 어떤 환자를 치료한 한 학생이 졸업할 때가 되어 부분 의치를 해 넣는 작업만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환자가 갑자기 병들어 죽었습니다. 담당 교수는 그 학생을 도와주기로 결심하고서 병원의 시체 보관소로 데려갔습니다. 그곳에서 학생은 주검이 되어 있는 그 환자의 입에 부분 의치를 끼워 넣었습니다.
영적으로 죽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치료하는 진정한 선교사들이 우리 가운데 과연 얼마나 될까요? 환자들이 영적으로 죽어 있는데 그들의 육체적인 문제들만 다룬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것은 죽은 사람의 입에 부분 의치를 끼워 넣는 행위와 똑같은 것입니다! 어떤 봉사를 하든 영적으로 죽은 사람들과 생명의 떡을 함께 나누기를 열망하고, 생명을 주는 성령의 임재하심을 그들도 경험할 수 있길 기도합시다.
 
- 근간 <영혼까지 웃게 하라> 중에서

이름아이콘 임준태
2008-05-02 11:17
하하하..재밌게 웃다가...마직막 글을 읽는데 숙연해지네요. 환자들이 영적으로 죽어있는데 그들의 육체적인 문제들만 다루면 무슨 소용이냐는 글..의사로써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이름아이콘 강천수
2008-11-17 08:52
웃으세요, 웃음은 21가지의 세포조직을 즐겁게 한다고합니다.
우리가 평생웃는 시간은 나이80년으로잡아 20일정도 랍니다.
많이 웃으셔야 장수합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사랑을 하세요.
한번의 사랑은 20번의 웃음보다 더많은 엔돌핀이....
박인화 홍성사간 사랑의초대 3번은 웃겨요ㅎㅎㅎ강추--- 11/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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