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는 붓 (08년 07월)

Peach Tree

oil on canvas 60x90cm 2008
 

방안이 어두울수록 창밖의 복숭아나무는 눈이 부시다.

함박눈이 가득이 내려앉은 듯 꽃이 만발했다가 봄바람에 다 꽃눈들이 되어 날려 온데를 하얗게 덮어 때 아닌 설경을 만들었다.

방안만큼 어두웠던 나는 그 꽃이 다 지고 올망한 복숭아들이 나무 가득 열려서 풍성한데도 그냥 회색이기만 했다.

긴 겨울 복숭아꽃을 기다리던 꽃병도 아직 그냥 비어있다.

나는 이 변화무쌍한 나무를 보며 우리의 날을 계수하라는  말씀을 기억한다.

늙은 아이가 어린 늙은이가 되어간다. 아이 없는 어미가 어미 없는 아이가 되었다.

돈 없던 부자가 돈은 있는 가난뱅이가 되어간다. 지구위에 어딜 가도 다 익숙하고 모든 곳이 낯설다.

이렇게 변하면서 세련된 미개인이 되고 싶다.

이 세상을 상대화 할 수 있는 은혜는 변화를 똑바로 알아채는데 있는 것.

초여름인데도 이 나무는 가지가 땅에 닿을 정도로  빨간  복숭아들이 풍성하게 달려있다.

나도 이제 복숭아처럼 할 수 없이 익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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