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한반도 첫 번째 대부흥>(가제)

1903년 8월 원산에서 12명의 선교사가 연합 기도회로 모였다. 여름휴가로 원산에 온 중국 남감리회 소속의 화이트 양과 1900년 의화단사건을 피해 원산에 왔다가 캐나다 장로회 한국 선교회에 남게 된 맥컬리 부인의 제안에 따라, 남감리교의 하디 부부, 저다인 부부, 로스 의사 부부, 캐롤 양, 놀스 양과 서울에서 온 하운셀 양은, 캐나다 장로회의 롭과 함께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캐롤과 놀스 양의 집에서 1주일 동안 수양회로 모였다. 화이트는 의화단사건 이후 재중 선교사들이 겪었던 순교와 고난에 대해서 말했다. 그의 간증은 한국 선교사들의 영적인 잠을 깨우는 자명종이었다.

선교사들은 하디에게 기도를 주제로 세 번 설교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요한복음 14장 12-14절, 14장 15-17절, 16장 23-24절을 가지고 기도의 세 가지 본질인 그리스도 안에 거함, 그리스도를 믿음, 성령의 체험을 설교하려고 준비했다. 그러나 공허한 자신의 영혼에서 나올 말씀이 없었다.

그런데 하디의 마음 판에 하나님의 손가락이 나타나 큰 글씨로 “메네 메네 데겔 우르바신”(단 5:25)을 새겼다. ‘메네’(계수하니 기한이 차다: 왕국의 종말 임박), ‘데겔’(저울에 달아 보니 무게가 모자랐다: 왕의 자격 미달), ‘우르바신’(조각나다: 분열 점령과 멸망). 하디는 자신의 근본 문제가 영성 부족 때문임을 깨닫고,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부어 주시리라는 약속(행 2:33)을 믿는 단순한 믿음으로 밤새워 기도했다. 이른 새벽에 성령이 임했다. 무릎을 펴고 일어났을 때 그는 성령 충만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성령이 임했을 때 하디는 동료 선교사들 앞에서 자신의 과거 사역이 실패했고 그 실패의 원인이 자기에게 성령의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괴롭고 창피한 경험이었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선하게 바꾸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려고 하셨다.(창 50:20) 하디의 참회를 듣던 다른 선교사들에게도 회개의 영이 부어졌다.

성령 충만을 경험한 하디는 8월 30일 주일예배 때 한국인 회중 앞에서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완악한 마음, 부족한 믿음, 영적 무능력, 서구 선교사로서의 인종적 교만 등을 솔직히 고백했다. 교인들은 진실한 회개가 무엇인지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죄를 깨닫고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그들은 성령의 능력에 감동되어 흉악한 죄까지 공개적으로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개, 고백, 보상이 뒤따랐으며 성령의 능력은 사방으로 전파되었다.

한국 교회의 부흥은 한 청년 선교사의 회개에서 시작되었다. 우리의 거실 벽에 커다란 글씨로 ‘데겔’이 나타나는 현실이다. 성령의 능력과 성결한 삶에 함량 미달인 나 자신의 회개가 교회 개혁과 부흥의 첫걸음이다. 신발을 벗고 하나님의 저울 위에 내 삶의 체중을 달아 보자. 부흥은 인간적인 힘이나 말 재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의 영으로 되기 때문이다.(슥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