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정상적인 생식 행위에서 인간 아버지는 전혀 창조적인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의 몸에서 나온 어떤 극미한 물질 분자와 어머니 몸에서 어떤 극미한 물질 분자가 서로 만납니다.

그러면 그때, 그의 머리카락 색깔이, 그녀의 할아버지의 늘어진 아랫입술이, 뼈, 힘줄, 신경, 간과 심장 같은 복잡다단한 인간 형태가, 또 자궁 안에서 그 태아가 재현한다고 하는 그 선행 인류pre-human 유기체의 형태가 전달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모든 정자의 배후에는 전全 역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인간 아버지는 단지 도구이자 전달자에 불과합니다. 왕왕 마지못해 전달자가 되기도 하고, 언제나 그 긴 전달자 행렬의 맨 끝에 위치합니다. 그 행렬은 그 조상들 훨씬 너머, 인류 등장 이전, 유기체 등장 이전까지, 더 나아가 물질의 창조 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행렬은 하나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 그것은 그분이 평상시 인간을 창조하실 때 사용하는 도구입니다.……어떤 여자도 그분 없이 아이를 수태해 본 적이 없고, 어떤 암말도 그분 없이 새끼를 수태해 본 적이 없습니다. .....

C. S. 루이스, <기적>,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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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늦가을부터 시작된
C. S. 루이스의 <기적> 편집 일정이
어제로서 모두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앞으로 열흘간 제작 기간을 거치고 나면,
많은 독자들을 기다리게 했던 <기적> 책을 손에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쉽지 않은 내용의 책이지만,
촘촘한 그 논지에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쿵' 하고 가슴을 내리치는 '기적'과 만나게 됩니다.

저 위, 발췌글을 처음 접했을 때 제 마음에 '쿵' 하고 울리던 그 소리를,
행간을 읽어 가던 내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듯,
한 겹 벗겨지며 다가오던 깨달음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저 글 뒤로 이어지는 부분은 더욱 놀랍습니다.
여기에 다 옮겨 놓으면, 나중에 직접 읽으시는 데 방해가 될까 봐,
중간에 멈췄습니다.

C. S. 루이스의 <기적>을 만난 뒤로,
저는 성경의 모든 기적을 새로운 눈으로,
이 세상 자연을 새로운 눈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세상 아가들의 첫 시작은
모두 '성령으로 잉태'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창조의 원리'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적'이 이제 곧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