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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팀
작성일 2015-02-06 (금)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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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세월과 남겨진 것

되찾은 세월과 남겨진 것

시인이며 전기 작가인 이유진 권사님과 홍성사 책으로 세 번 만나게 되었다. 첫 번째는 《목적이 분명하면 길은 열린다》(2008). 한국 기독교 역사의 산증인 정진경 목사님(1921~2009)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다음으로 《어머니의 노래》(2011). 한국인 내과 의사와 가정을 이루고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온 중국인 산부인과 의사 리시앙윈 전도사님(1917~2005)이 화교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힘쓴 자취가 담겨 있다.

세 번째인 이 책 《잃어버린 세월》(2014)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 온 평범한 네 자매(경이, 을이, 신이, 정이)의 가족 이야기다. 일제강점기에 조국을 떠나 만주로 간 경이 일가는 한때 유복한 가정을 이루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며 온갖 풍상을 겪는다. 경이 어머니는 해방되던 해 봄, 결혼한 큰딸 경이를 시댁으로 보내고 4남매를 데리고 귀국하는데, 그 후 죽(竹)의 장막에 가로막혀 경이 가족과는 이산가족이 되고 만다.

가부장적 봉건 사회의 인습의 굴레를 헤쳐 가야 했던 네 자매 가운데 첫째 경이는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는 한을 품고 70여 년 가까이 중국에서 살아야 했다. 조카와 손자들의 도움으로 경이는 2005년 마침내 국적을 되찾고 대한민국에 영주 귀국하여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음은 물론, 어렸을 때의 신앙을 되찾아 세례 받고 거듭난 삶을 살게 된다. 문화대혁명을 비롯한 중국 현대사의 광풍(狂風)을 견디며 삭였을 한숨과 눈물이 행간에 스며 있다.

한편, 귀국 후 을이와 동생들은 할머니의 박대 속에 모진 고생을 겪는다. 열아홉 살 위의 남편과 결혼하여 12년 만에 사별한 을이는 미장원, 양말 장사, 생선 장사, 공사판 막일, 유조선 기름 닦는 일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기도 한다. 감사하게도 자녀들이 듬직한 사회인으로 반듯하게 자랐다. 셋째 정이와 막내 신이도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과 시집살이로 편할 날이 없었지만 신앙의 힘으로 극복해 간다. 오랜 세월 동안 하나님을 외면하려 했던 을이는 막내의 권유로 교회에 갔다가 ‘절대자의 손에 잡히게’ 된다.

네 자매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루는 이 작품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지만 이들의 어머니야말로 신앙의 모범을 보인, 전형적인 우리네 어머니다. ‘하나님만 의지하며 하나님의 진리를 깊이 깨우쳐서라기보다 하나님께 애소(哀訴)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거라고 언급되어 있지만, 이 어머니의 신앙이야말로 자녀들을 지탱해 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나님을 향해 빌고 또 빌었던 어머니 곁에서 하나님을 경외했던 경이가 ‘(마오쩌둥) 주석의 어록에 취해’ 하나님을 잊고 살 때에도…….

이 작품에는 네 자매 외에도 기구한 삶의 궤적을 보여 주는 이들이 간간이 등장한다. 질곡의 역사 속에서 들꽃처럼 살아 왔거나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하게 된 이들의 모습을 통해 다난했던 시대상의 단면들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편집 과정에서 책 제목을 ‘우리에게 남은 것은’으로 바꾸려 했었다. ‘잃어버린 세월’이 다소 어둡고 ‘올드’하며 신파조가 느껴지는 반면, 바꾸려는 제목이 더 미래지향적인 여운이 남는다는 이유에서였는데, 논란 끝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제목도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험난한 시기와 고비를 넘을 때마다 주인공들에게 남겨진 것―하나님이 남겨 주신 것들이 달랐다. 어쩌면 그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저자는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주인공들의 고향이나 연고지로 오랜 답사와 취재를 통해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노래》와 시리즈 같은 작품이 되었다고도 했는데, 시대적·지리적 배경과 기구한 삶의 자취가 각기 다른 분들의 이야기인데도 공통점이 눈에 띈다. ‘격동과 파란의 한·중 역사 속에서 딸과 아내와 어머니로 산다는 것’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편집 작업이 막바지로 향할 무렵, 철원에 있는 대한수도원에 다녀왔다. 네 자매 가운데 둘째 ‘을이’가 하나님 품에 돌아온 뒤 무려 7년 동안 주방 일로 사역하며 기도생활을 한 곳이다(집필 과정에서 저자도 이곳에 3주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을이의 가족, 친지들은 명절이면 이곳에 와서 함께 예배드리며 자녀들에게 믿음의 또 다른 자양분을 심어 주기도 했다.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이 수도원 한쪽에 있는 ‘회개바위’에서는 늘 많은 분들의 기도가 끊이지 않는다. 지금도 그곳 어디선가 을이의 간절한 기도가 들려오는 것 같다.


_송승호(홍성사 편집주간), <활천> 2015.2.





잃어버린 세월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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