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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케 하소서! (구상총서5권 중)구상 선생님의 전집 5권 <현대시창작입문>에 인용 되어 있는 시들 중에서.. 그 중 하나. 헤세의 '기도'. 절절히 다가왔던 그날의 메모와 함께. -------------------------------------------------------- 기도 헤르만 헤세 주여! 나를 절망케 하소서. 나 자신에게 그러나 당신에게 절망하게는 마옵소서 그리고 나에게 혼매(昏昧)로 인한 온갖 슬픔을 맛보게 하소서 모든 고뇌의 불꽃을 핥게 하소서 갖가지 치욕을 맛보게 하시고 내가 자신을 가누는 것을 돕지 마시고 내가 성공하는 것을 도우지 마소서 그러나 나의 온 자아가 파괴되었을 때는 나에게 가르쳐 주소서 바로 당신이 나를 파괴하셨음을! 불꽃과 고뇌를 당신이 주셨음을! 왜냐하면 나는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어가겠지만 당신의 품에서 죽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 이 시에 담긴 삶과 절망의 무게... 내 삶과 내 절망은 지금껏 어느 만큼이었는지.. 기도문으로 그치는 글이 아니라 '시'가 된 기도의 처절함이 오늘 무척 겁나게 내 눈앞에 걸려왔다. 그러나 또 하나 알긴 아는 것은, 이 겁나는 처절함이 사실은 훨씬 더 위안에 가까운 무엇이라는... 확 질러버리는 시인의 목소리다. 절망이 두려워 웅숭그리고 숨어다니는 내게, 차라리 시원한 절규이기도 할. 주여 나를 절망케 하소서..라고. 차라리 시원히 확 질러버리는. '시'가 나의 나약함을 비틀어 움켜쥐기라도 할듯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사실, 이런 것일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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