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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팀
작성일 2012-04-17 (화)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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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인 사모님을 기리며-홍성사 대표사원 정애주
현재인 사모님을 기리며
 
사모님, 제가 사모님을 처음 뵈온 날은 29년 전 12월, 겨울이었습니다. 어느 바람결에 듣게 되었는지 청년 시절 제 마음 속에 예수원은 이상적인 교회공동체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생경하지만 신비했고, 독특하지만 우리 삶과 멀지 않게 느꼈습니다. 이상과 현실, 그러니까 사람들의 부대낌이 하나님의 질서 속에 조화를 이루어 낸, 자발적인 가족공동체쯤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결혼을 하면서 가족공동체 곧 부부의 시작을 예수원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바람은 이루어져 기차를 타고 택시를 대절해서 황지 예수원에 당도했습니다. 29년 전 겨울.

드디어 예수원은 저의 상상과 생각 속에서 튀어나와 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더도 덜도 아니게 친절한 접객실,
호들갑도 무심함도 아닌 환영,
신혼부부를 위한 경건한 침대방,
깨끗함으로만 치장된 화장실,
좁은 계단의 아름다움,
가끔 눈에 띄는 유화,
단순하지만 싱싱한 음식,
몸에 밴 검소하고 품격 있는 일상,
가정별로 구별된 공간의 유익함,
드러내지 않는 기도생활,
정한 시간에 모이는 예배의 거룩함,
소리 없는 노동
……

예수원은 제 상상에서보다 더 진짜였습니다.

그런데 죄송하게도 전 사모님에 대해 그때까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신부님 내외분께서 저희와 차를 하시겠다는 전갈을 전해 받고 두 분의 공간으로 들어가서야 비로소 선각자 대 신부님 옆에 또 한 사람, 예수원이 예수원 되게 하신 사모님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사모님과의 대화는 몇 마디 안부 인사를 하고 나면 거의 미소, 웃음, 눈빛교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사모님의 한국어와 저의 영어 수준이 그랬습니다. 그 대화 수준은 그로부터 마지막 뵈올 때까지 별반 진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모님과의 신뢰 정도는 고맙게도 연수만큼 진보가 있었습니다. 제가 한 남자의 아내를 넘어 한 목사의 아내라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더더욱 그랬습니다. 저의 유일한 롤모델이셨기 때문입니다.

늘 대 신부님 옆에 계셨지만 독립적인 삶의 영역을 놓치지 않으셨고, 본인의 소신을 관철함에 주변인들을 노하게 하지 않으시며 결코 여성의 여성됨을 넘어서지 않으셨던 사모님을 존경했습니다.
전 사모님에게서 ‘자기부인’의 실제를 배웠습니다. 29년 전 신혼여행 길에 들러 하루를 숙박하고 이튿날 우체국에 가시려고 저희와 함께 택시를 타셨을 때입니다. 불쑥 제가 “사모님, 고향 가고 싶지 않으셔요?”라고 여쭈었습니다.
사모님은 그때 제게 “네, 가고 싶어요”라고 하며 미소 지으시는 순간 눈에 눈물이 맺히셨습니다.
아, 실수!였습니다.
그렇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시리라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전 그때 그 일로 ‘자기부인’의 참 모습을 배웠습니다. 눈물과 미소가 함께 있어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익숙하고, 내가 저절로 하게 되는 그것은 지금 내가 해야 하고 내가 할 수 없고 내가 의지를 다해 해야 하는 것을 위해 가슴 한군데 묻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웃으면서.

사모님,
고맙습니다.
아주 많이요.
제가 그때 그 미소와 눈물이 함께 있어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더라면 제 삶이 참 오래도록 헤매일 뻔했습니다.

사모님,
고맙습니다.
사모님께서 황지에서 그렇게 외로운 삶을 마다하지 않으셨기에 대한민국의 교회들이 자기희생의 일상을 배웠습니다.

사모님,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부부가 양화진 일로 참담한 심정일 때 그 추운 겨울 굳이 찾아오셔서 저희의 답답함을 들어주신 것 감사합니다. 위로와 격려를 주신 것 그리고 믿어 주신 것.
그래서 전 사모님께 또 한 가지 배웠습니다.
사랑은 정말 믿는 것이라는 덕목입니다.

사모님,
이제 사모님의 이 땅 임무를 마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사랑하는 예수님과 대 신부님 그리고 믿음의 선진들과 함께 계심도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다시 부탁드립니다. 예수원 식구들의 안녕과 여전히 주님의 긍휼하심이 필요한 이 땅의 남은 자들을 위해 하나님 아버지께 중보해 주십시오.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는 하늘의 복을 받아야만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너무도 연약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모님께서 몸소 체휼하셨던, 삶의 척박함 속에 한없이 나약한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사모님,
지금 사모님이 더 그립습니다.
살아갈수록 더 그러겠지요.

사모님,
열심히 살다가 그날 그곳에서 뵙겠습니다.
지켜보아 주십시오.

사모님,
사랑합니다.

2012년 4월 16일
정 애 주 올림

 
*2012년 4월 16일 오전 10시 대한성공회대성당에서 드린
현재인 자매님 장례예배 조사입니다. 공유하고 싶어서 올립니다.
이름아이콘 김지혜
2012-05-06 00:20
현재인사모님이 소천하셨군요. 예수님, 그리고 대신부님과 지금 말도 못하게 행복한 시간을 누리고 계시겠네요. 귀한 글 감사합니다. 저도 정애주 대표님 글을 읽으며 현재인 사모님처럼 좋은 사모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불끈불끈 솟아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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