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 책방 전시회

우리에 갇힌 우리들

2008.9.1-2008.10.31
 

 Critic

이은정은 언뜻 보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도시 풍경 미니어처를 선보이지만 허리를 구부리고 그 작은 형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숨겨놓았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크기와 높이가 제 각각인 콘크리트 꼭대기에서 서로 고립되어 있다. 모여있는가 싶어서 다가가보면 그들은 다리를 하늘로 쳐들고 콘크리트 속에 파묻히고 있는 중이다. 동물도 예외가 아니다.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뜻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말까지 고안해냈지만 그들이 하는 건 자기 옆의 사람들과 함께 콘크리트 늪 속에 빠지는 일이다. 인공물들 속에서 그나마 편안함을 느끼려고 자연을 재연해 놓지만 그 조차도 위안이 되지는 못한다. 소리치는 법도 잊은 듯 외부를 향해 적극적인 구원 요청의 제스처도 하지 못하는 그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풍경은 깜찍한 첫인상과는 다른 섬뜩함이다.

                                                                           조이한, 미술비평

Artist Statements  

도시 안에서: 우리에 갇힌 우리들

도시에서 생활하는 우리에게 자연을 본래의 모습 그대로 대할 수 있는 경험을 갖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지금 내 주위는 온통 네모투성이다. 네모난 방, 네모난 문,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네모난 모니터, 지금 우리에게 네모라는 모형의 형태는 너무나 친숙하다 못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종이는 네모모양이라고 쉽게 떠올리지만 나무 본래의 모습은 잊고 있다.

유독 우리가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대부분의 것들은 네모난 모양을 하고있다. 사실 우리가 네모로 세상을 뒤덮기 전에 세상에 네모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네모 안에서 자연스러움을 찾고 있는 것이다.

기획: A.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