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사

와글와글 게시판

ㆍ작성자	지유철
ㆍ작성일	2007-04-06 (금) 01:21

ㆍ조회: 3191

ㆍIP: 220.xxx.223

2007년 수난 주간에 듣는 음악

2007년 수난 주간에 듣는 음악

"그리스도가 빌어주신 평화! 그것은 욕망의 충족에 만족하는 평화가 아니라, 권력을
소유함으로 누리는 힘의 평화가 아니라 오히려 욕망과 권력에 초연한 평화입니다.
욕망과 권력의 유혹을 이기고, 그것들의 위협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내면의 힘을 주는
평화입니다."-박충구

이번 주간 저는 바흐의 마태수난곡과 요한 수난곡, 그리고 헨델의 메시야를 듣고 또 듣고 있습니다.
마태수난곡은 아르농쿠르와 필립 헤레베헤와 칼 리히터(DVD)로, 요한 수난곡 역시 칼 리히터의
DVD로 보고 있습니다. 저녁에 자기 전에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십자가 상의 일곱 말씀>을 역시
두 세 개의 버전으로 듣고 있습니다. 가히 눈만 뜨면 수난 음악을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헨델의 메시야를 여러 버전으로 듣는 것도 꽤 유익하군요. 1742년 초연 당시 버전으로 듣는 것은 저를
약간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듣는 현대화된 메시야보다는 덜 화려하고 오케스트라도 현악과
트럼펫과 팀파니 정도 뿐이 없는 편성이지만 메시야의 탄생과 수난과 부활에 대한 헨델의 원초적 영감을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가진 <메시야> 초판 음반은 합창 12명, 솔리스트 4명,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오르간까지 합쳐서 17명의 소편성입니다. 이 음반과 함께 모차르트가 편곡한
<메시야>를 함께 듣습니다. 역시 오늘날 우리가 듣는 <메시야>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화려해졌고, 합창곡에서 어려운 패시지들을 솔리스트에게 돌려서 합창단을 편하게 해 주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음반들과 소위 거의 정통으로 굳어진 헨델의 <메시야>(헨델은 메시야를 약 30차례 정도
수정을 했지요)를 교차로 듣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물론 저는 박충구 목사님처럼 수난 음악을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의미를 성찰하면서 실천을
다짐하는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사순절 기간에 수난음악을
집중적으로 듣는 것은 음악가에 불과한 바흐나 헨델이 이해하고 느꼈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에
대한 깊이를 대신할 오늘의 설교나 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바흐의 신앙이나 헨델의 <메시야> 작곡에 얽힌 이야기는 대다수 사람들의 상식이기 때문에 여기서
재론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이든을 예로 들어 봅시다. 그는 57세라는 나이에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하신 일골말씀을 가지고 작곡을 했습니다. 아무리 빠르게 연주를 해도 60분이 넘는 대곡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하이든은 이 곡을 작곡하면서 가사를 제거합니다. 순수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해 이 곡을
쓴 것입니다. 나중엔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으로 편곡을 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또 다시 현악4중주로 편곡을 했고, 현재 이 곡이 현악4중주 곡으로 착각할 정도로
많은 음반이 나와 있는 것을 보면서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하이든은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의 최후의 일곱 말씀>을 쓰면서 가사를 뺐을까.
제가 놀라는 것은 하이든이 언어의 도움없이 주님의 말씀을 가지고 60-70분 정도
분량의 음악을 완성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음악의 깊이와 아름다움은 하이든의 그 어떤 음악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과연 우리 시대의 설교자들이나 기독교 작가들 중에, 몇 백년이 지난 후의
어느 사순절에 읽어도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줄 만한 깊이와 영성을 가지고 예수님의 수난을 성찰하는
분이 얼마나 계실까요.

어떤 분은 음악과 문학 또는 설교를 단순 비교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따질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수난 음악을 들으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습니다. 불행한 일이지요.
이미 수난절이 다 지나갔습니다만 클래식 음악을 통해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서의 말씀에, 그리고
그의 수난과 부활의 깊이에 도달해 보시면 어떨까요.^^

감란산산지기 2007-04-06 10:13	윽! 고난주간이 지나가는 시점에 이 멋진 음악을 늦게 소개해 주시다니.ㅎㅎ 꼭 이주간이 아니더라도 한번은 듣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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