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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성사
작성일 2014-08-26 (화)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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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의 진심, “최고의 해설은 차범근 감독이었다” (인터뷰)

[이영미의 핫피플] 이영표의 진심, “최고의 해설은 차범근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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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위원과 인터뷰 약속 잡기도 힘들었지만, 기사 쓰는 건 더 힘들었다^^.(사진=이영미)


이영표를 만났다. 아니 이영표 위원을 만났다. 2014브라질월드컵 동안 매 경기 뛰어난 예측과 정확한 스코어 맞추기로 ‘문어 영표’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설득력 있는 말솜씨와 경기를 읽어내는 해석 능력으로 KBS 월드컵 중계가 시청률 1위에 오른 배경으로 존재했다.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이영표는 무척 바빴다. 박지성의 은퇴식을 겸한 K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했고, KBS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축구와 관련된 장외 행사를 소화하느라 빡빡한 스케줄을 품고 있었다. 그와 인터뷰를 할 때마다 느끼는 부분이지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기자가 학생이고, 그가 교수님 ‘필’이 난다는 사실이다.

이영표 위원과의 인터뷰를 Q&A로 정리했다.

현대축구의 흐름을 아는 가장 ‘핫’한 축구인

이영표 위원이 은퇴 후 밴쿠버에 남아 유학 생활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을 때는 정해진 수순을 가는 듯 했다. 그런데 브라질 월드컵 축구 해설을 맡았다는 소식에는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더라. 워낙 공부하고 싶어 하는 열정이 강했던 사람이라 밴쿠버에서의 생활을 접고 돌아온 게 의아했던 것이다.

“먼저 밝혀둘 게 있다. 내가 공부를 포기한 건 절대 아니다. KBS측에서 학업과 방송을 병행할 수 있게끔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3년간 밴쿠버에서 생활하며 A매치 경기나 중요한 축구 중계에 투입될 예정이다. 브라질월드컵은 그 과정의 ‘예외’ 사항이었다. 내가 해설위원직을 수락한 이유는 하고 싶었던 ‘공부’란 범주에 방송 일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선수일 때는 축구만 잘하면 된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축구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해 알고 싶었고, 그래서 공부를 시작한 것이고, 학교에서의 공부 외에 해설도 방송을 통해 축구를 배우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방송이 어떤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축구에서 중계가 왜 중요한 것이며, 거기서 해설위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우고 싶어서 도전한 것이다.”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의 신분으로 지켜본 브라질 월드컵은 어떠했나.

“선수시절 경험한 월드컵은 세 차례였다. 그런데 그 세 차례의 월드컵보다 이번에 해설위원으로 만난 월드컵이 공부면에선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걸 얻게끔 만들었다. 선수 시절의 월드컵은 경기에만 집중했다. 그 나라의 문화, 월드컵 분위기, 준비 과정 등은 머릿속에 없었다. 오로지 경기에서의 승부에만 매달렸다. 이번에는 그라운드 밖에서, 그것도 위의 중계석에서 월드컵을 지켜봤고 흥분했다. 아마 최소 6개월 내 현대 축구의 흐름을 아는 가장 ‘핫’한 사람 중 한 명이 나일 것이다(웃음).”

선수 시절, 중계방송의 해설을 듣는 것과 자신이 직접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을 것 같은데.

“사실 선수 때는 해설위원의 해설보다는 경기 장면에 몰두했기 때문에 해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분의 해설이 더 좋은지, 안 좋은지에 대한 판단조차도 없었다. 그러다 덜컥 해설을 맡고 난 다음부턴 화면보다 해설위원들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더라. 그런 현상이 재미있었다.”

브라질월드컵의 방송 3사 시청률 경쟁이 대단했었다. 항간에서는 대표팀 선수들보다 해설위원들이 더 관심을 받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처음에는 시청률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내가 모르는 방송을 배워가는 게 첫 번째였다. 내 능력 밖의 일에 대해서 관심을 두는 건 다른 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브라질에) 가보니까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방송 관계자들이 시청률 경쟁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걸 알고 난 후론 심하게 부담이 됐다. 해설을 하면서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환이 형, (송)종국이, 차범근 감독님과는 만나서 식사도 하고 축구 얘기도 나누면서 이전과 다름없이 편안하게 지냈다. 3사 시청률의 승자가 어느 쪽이든 그게 한국 축구를 발전시키진 않는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사람이다 보니 KBS 시청률이 잘 나오니까 기분은 좋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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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에서 해설위원을 맡았던 이영표. 그는 자신보다 차범근 감독의 해설이 더 좋았다고 말한다. 이영표 옆은 KBS 조우종 아나운서.(사진=연합뉴스)


해설위원 이영표 VS 선배 이영표의 내적 갈등

바람대로 시청률 1위에 올랐고, 덕분에 다른 방송사 해설위원들은 죽을 맛이었다고 하더라(웃음).

“방송을 하다 보니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생각을 잘 포장해서 전달하는 기능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방송국 측에선 축구를 보는 시청자들의 수준을 중학교 1,2학년 정도에 맞춰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 시청자의 폭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보다 쉬운 얘기로 풀어주길 바랐다. 축구인들이나 전문가들이 봤을 땐 내 해설이 수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영표가 저것 밖에 못해?’하는 시각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 내 해설이 중학생 정도가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노력은 많이 했다.”

그렇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누가 가장 해설을 잘했다고 보나.

“나나 정환이 형, 종국이는 선수로서의 경험 밖에 없다. 그러나 차범근 감독님은 선수는 물론 지도자로서의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레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깊이 있는 해설은 타 방송사가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해설 자체의 수준만 놓고 보면 차 감독님 해설이 최고였다. 만약 내가 시청자였다면 난 당연히 차 감독님 해설을 들었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구선수였고, 지난 2010남아공월드컵에선 선수로도 활약했었다. 그러다보니 대표팀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중계하는 내내 부딪혔던 부분이다. 해설자 이영표와 인간 이영표의 입장이 서로 치열하게 싸웠다. 인간 이영표 입장에선 후배들의 실수가 충분히 이해되고, 그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그리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 그때 선수들이 얼마나 절망하고 아파할 지를 느끼다보니 절로 감정이입이 되더라. 해설을 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 몇 가지 중에서 선수 개인의 실수에 대해선 지적하지 말자고 결심했었다. 단순 실수인지, 정신적인 준비 부족에서 나온 건지, 위축된 상태에서 저지른 실수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단순 실수라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심리적인 실수라면 설명을 해야 했고, 정신적인 준비 부족이라면 따끔히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알제리전이나 벨기에전을 마치고 아파하는 후배들에게 직접 가서 등도 두들겨 주고, ‘수고했어’라는 얘기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해설하는 이영표 입장은 달랐다. ‘가슴은 차갑게, 머리는 뜨겁게’라는 말처럼 치열하면서도 냉정한 분석과 해석이 필요했다. 결국엔 난 해설자 이영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보니 정작 브라질 월드컵이 끝났을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브라질월드컵은 쓰리백의 재발견이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의 전체적인 특징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세계 축구가 2000년대 초반 추구했던 쓰리백의 재평가, 재발견이었다. 옛날 축구라고, 과거의 철 지난 축구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쓰리백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완벽히 재현되었다. 쓰리백은 양쪽 측면 수비수가 주로 공격에 가담하는 포백에 비해 수비수의 부담을 줄이고, 대인 방어에 전념할 수 있는 전술이다. 공수를 오가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강한 체력이 필수이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스페인을 5-1로 물리친 네덜란드, 16강전에서 브라질을 괴롭혔던 칠레, 죽음의 조로 손꼽혔던 D조의 코스타리카, 그리고 멕시코 등이 압박과 역습을 이용한 쓰리백으로 아주 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다.”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의 우승과 남미를 대표하는 스페인의 몰락도 인상적이었다.

“독일이 어떻게 해서 우승을 하게 됐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2010년부터 세계 축구는 FC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을 대표하는 점유율 축구가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스페인이 점차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점유율 축구도 빛을 잃게 되었고, 그것이 월드컵을 통해 여실히 증명되었다. 독일은 역습과 수비가 동시에 되는 유일한 팀이었다. 그래서 우승했다. 스페인은 선수들이 이미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맛보며 월드컵의 간절함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스페인을 상대하는 팀이라면 모두가 스페인이 강팀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더 철저한 준비와 강인한 정신력을 무장해서 나온다. 그렇다보니 상대가 다소 만만하게 보였던 스페인으로선 그런 팀을 만날 때마다 고전을 면치 못했다. 브라질은 4강에 진입한 것만 해도 최고의 성적을 냈다고 본다. 이전의 브라질이란 팀은 개인 능력으로 팀 분위기를 바꿀 만한 선수가 5,6명 정도 되었다.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등이 뛰면 상대 선수들은 누구를 막아야 할지 도통 답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네이마르 1명이나 1명 이상이다. 그렇다보니 네이마르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았고, 그가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는 브라질도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그게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6강 진출에 탈락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브라질월드컵 4강에 오른 팀들 중 선수들이 경기에서 뛴 평균 활동거리 톱 10 안에 독일 선수들이 5명이나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가장 많이 뛴 선수가 이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똑같이 11km를 뛰었다고 해도 13km를 뛸 수 있는 선수가 11km를 뛰는 것과 11km의 거리가 버거운 선수가 11km를 뛰는 것과는 퀄리티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린 독일대표팀 선수들처럼 효율적으로 뛰지 못했기 때문에 패했다. 상대랑 비교해서 별다른 차이가 안 난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10.5km밖에 뛸 수 없는 상태에서 11km를 뛰었다. 이건 정말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11km의 평균 활동거리가 퀄리티 면에서 다른 팀과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얘기를 듣다 보니 갑자기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고집스럽게 실행에 옮겼던 체력강화훈련이 생각난다. 일명 ‘셔틀런’!

“운동하면서 훈련이 두려웠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틀하고 하루 쉬고, 이틀하고 하루 쉬는 걸 반복했지만 훈련 강도가 어마어마하게 셌다. 그 다음의 훈련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엄청났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와 스페인전은 연장 포함해서 120분을 뛴 경기였다. 그럴 때마다 히딩크 감독님이 강조하셨던 얘기가 있다. ‘너희들은 원래 18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다. 그 체력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이를 악물고 체력 강화 훈련을 했기 때문에 90분 뛰고 나서 그 다음 90분을 더 뛰어야만 너희들 체력이 안정된다. 따라서 너희들이 120분을 뛰었다는 건 절대 힘든 일이 아니다. 지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120분을 넘어가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한 마디로 ‘뻥’이셨지만(웃음), 선수들의 심리를 아주 잘 이용하셨고, 감독님의 말씀 덕분에 우린 18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월드컵 경기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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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K리그였고, 마지막은 MLS였지만, 그는 지난 K리그 올스타전에서 후배들로부터 은퇴 헹가래를 받았다.(사진=연합뉴스)


대표팀을 이끌 외국인 지도자에 대한 견해는?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가 퇴보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전의 월드컵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비난이 거셌던 것 같다.

“어느 나라나 대표팀 성적에는 높낮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 발전해 가느냐, 아니면 다른 팀의 발전 속도보다 우리가 더딘지를 파악해야 한다. 난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뛰었던 우리 선수들이 2002년의 대표팀 선수들보다 축구를 훨씬 더 잘 한다고 본다. 그런데 왜 우리가 이 팀에 만족하지 못했느냐 하면 우리의 성장 속도가 주변국의 성장 속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실력만 발전한다고 해서 축구를 잘하는 게 아니다. 협회, 연맹, 지도자 등 주변 환경이 도와줘야 한다. 지금의 한국 축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의 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파헤치다보면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원인을 바꿔줘야 한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 감독으로 외국인 지도자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아무리 유능한 지도자가 와도 한국에서 2,30년씩 팀을 맡을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일시적인 부분이라 ‘사람’보다는 그가 한국 축구에 어떤 걸 남길 수 있는지를 봐야한다. 그렇다면 좋은 지도자가 한국에 와서 대표팀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게끔 좋은 환경, 바람직한 지원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어느 때보다 미디어와 포털사이트의 책임감 있는 자세와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가장 많은 포지션을 차지하는 네이버의 역할은 새삼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한국 축구를 괴롭히고 자극적으로 몰아가는 기사가 아닌 진정한 메시지를 던지는 기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기사들을 게재하고 노출시킴으로써 미디어들이 변화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유도해줘야 한다.”

얼마 전 축구협회로부터 기술위원직을 제안 받은 적이 있었나.

“정식 제안은 받은 적이 없다, 단, 기자 분들이 그런 내용의 질문을 해 와서 ‘난 지금 배울 때이지, 뭔가를 일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지금은 부족한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너무 많다. 이런 공부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술과 행정면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쌓였다는 생각이 든다면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고 싶다. 그 대상이 구단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단체가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 모든 것이 한국 축구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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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랜드 FC 초대 감독인 마틴 레니 감독은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이영표와 감독과 선수로 만났었다.(사진=이영미)


서울 이랜드 FC 감독, 이영표가 추천!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감독과 선수의 인연을 맺었던 마틴 레니 감독이 K리그 신생팀 서울 이랜드 FC의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2년 전 기자도 미국 프로축구(MLS) 취재 차 화이트캡스 경기를 찾았을 때 직접 만났던 분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서울 이랜드 FC와 2017년까지 3년 계약을 맺은 마틴 레니 감독은 2010년 미국 MLS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화이트캡스의 감독으로 선임돼, 부임 첫 해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마틴 레니 감독은 내가 추천했다.”

사실인가? 금시초문이다.

“만약 최고의 지도자를 모시고 싶다면 당연히 조세 무리뉴 감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클럽마다 재정의 한계가 있고, 또 한국에서 감독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분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지도자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난 주저 없이 마틴 레니 감독을 추천했다. 그는 내가 경험했던 모든 감독들 중 최고의 지도자였다. 나하고 나이 차이가 2살 밖에 나지 않는 젊고 유능한 지도자이다. 성품이 아주 훌륭하다. 선수들의 사고를 막지 않고, 오히려 사고를 발전시키게 만드는 감독이다. 자유 속에서 절제를 찾는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계신다. 듣기론 이랜드 측에서도 굉장히 흡족해 한다고 하더라. 낯선 한국 생활의 어려움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분이 K리그에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개인적으론 이런 젊고 유능한 외국인 지도자들이 한국 축구에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게 무조건 외국인 지도자나 외국 시스템이 더 좋고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서로 어울리면서 함께 발전해 나가길 바랄 뿐이다.”

지난 10월 28일(한국시간), 밴쿠버 화이트캡스 홈경기에서 선수 생활 마지막 무대가 펼쳐졌다. 바로 은퇴 경기를 치렀는데, 은퇴 경기에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했고,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었다. 팬들 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 소속팀 등 은퇴식을 위해 펼쳐진 깜짝 이벤트가 화제를 모았었다.

“한 마디로 결코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은퇴식이었다. 페널티킥에 성공해 득점을 올린 선수가 나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공을 바치는 세리머니를 펼쳤고, 구단에선 은퇴 경기 티켓에 내 얼굴을 새겨 발매를 했고, 은퇴 경기 시작 전 대기실과 출전 직전의 모습, 교체로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더욱이 경기장에선 팬들이 준비한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었고, 감독님은 은퇴하는 선수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주셨다. 모든 사람들의 정성과 마음이 느껴졌던,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던 은퇴식이었다. 화이트캡스가 1974년에 창단됐는데, 나와 같은 은퇴식을 만들어준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고 하더라. 참으로 많은 걸 선물해준 팀이다.”

그래도 한국의 팬들은 선수 이영표의 마지막은 K리그이기를 바랐을 것이다.

“나도 왜 그 생각을 안했겠나. 화이트캡스와 계약을 맺기 전 FC서울 팀에 들어가 6개월가량 훈련을 한 적이 있었다. 한국 말로, 한국 선수들과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정겨운 분위기에서 훈련하는 생활들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아내와 아이들과 한국에서 생활하기를 바랐고, 고단한 외국 생활이 이어지는 데 대한 부담도 나타냈지만, 결국 내 선택은 편안한 생활에 안주하기 보다는 또 다른 도전이었고, 화이트캡스와 2년 계약을 맺기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그 2년 여 동안 말로 표현 못할 축복을 받은 것 같다. 아주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은퇴식을 치렀다. 그래서인지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이나 회한이 남아 있지 않다.”

2002년 월드컵을 마치고 황선홍 감독 등 베테랑급 선수들이 줄줄이 은퇴를 선언했을 때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이 컸던 기억이 난다. ‘아, 이토록 경험 많은 선수들이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한다면 앞으로 한국 축구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영표와 박지성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은퇴 전보다 은퇴 후가 더 기대되는 축구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이영표는 “모두 한국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선수 때 우리들이 한국 축구에 얼마나 많은 걸 기여했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은퇴 후의 삶도 한국 축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이다. 서로 공부 많이 해서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 뜻 깊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축구인이 되었음 좋겠다”란 의미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영표는 9월 경, 가족들과 함께 다시 밴쿠버로 돌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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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은퇴한 박지성과 이영표. 서로 가는 길은 달라도 그들의 목표 지점은 한국 축구의 발전에서 합쳐질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원문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news&mod=read&office_id=380&article_id=0000000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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