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일기
작성자 황교진
작성일 2012-01-19 (목) 18:24
ㆍ조회: 2408      
IP: 119.xxx.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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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은총이>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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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가을, 나는 방송을 통해 한 편의 영화 같은 따뜻한 실화를 보았다.
뜻밖에도 휴먼다큐 프로가 아닌, 시사다큐 프로인
MBC <시사매거진2580>에서 다룬 내용이다.

은총이 아빠의 도전!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인 가정에 세 가지 희귀난치병과 여섯 가지 불치병을 지니고 태어난
아들(박은총).
의료보호도 받지 못하는 은총이를 살리려다 직장도 잃은 채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애틋한 사랑과 엄마의 헌신적인 노력.
운동을 해본 적 없는 은총 아빠는 2010년 가을 아픈 아들 은총이와 함께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여 완주해 냈다
장애 아동을 돌보는 부모의 실제 경험과 신앙의 힘으로 척박한 현실을 뛰어넘고자 싸워가는
실화 이야기.


‘아픈 아기 은총이’, 무척 익숙한 이름이다.
교회에 몇 명씩은 꼭 있는 아기 은총이들 중에 은총이가 아니라,
근 십년 전부터 관계하고 있는 여울돌 환아 돕기 자원봉사자 모임의
후원 아동인 그 은총이다.
후원금 모금 프로그램이 아닌 시사 프로그램에서
은총이 아빠가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는 내용이 방송된다는 예고 메일을
여울돌 소식을 통해 받았지만, 나는 주일 밤 11시에 그 생방송을 시청하지는 못했다.
하루 종일 교회에서 지내다가 오면, 그 시간은 아이들 재우고 한숨 돌리며
출근 준비를 하는 때라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 TV에 나와도 시청할 여력이 없다.
부디 마음으로 은총이네에게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 응원만 살짝 해두었는데...

출근 후 오전에 포털사이트 검색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은총이 아빠’가 있는 거다.
어제 방송이 어땠기에 많은 네티즌들의 손가락을 움직이게 했는지 살펴보았다.
사실 다시보기 창으로 방송을 보기 전까지는
미국의 닉 부자(팀 호이트) 동영상의 비슷한 아류로 묶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은총이 부자의 철인3종경기 도전기는 내 가슴 속을 애절하게 파고드는
감동 그 이상이었다.
근무 시간에 모니터 앞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한국 사회에서 아픈 가족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잘 아는
내 기억을 깊숙이 찔러오는 고통과 감동이 느껴진 것이다.

당장 여울돌 박봉진 대표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다.
교육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며 많은 환아들의 아빠 역할을 하고 있는
박 대표와는 거의 6년 만의 해후였다.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묻고는 이렇게 편집자와 여울돌 대표로 다시 만난 것을
무척 반가워했다.
박 대표는 그 사이 결혼을 했고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아픈 아이들을 계속 돕는 자원봉사자 모임을 이끌고 있었다.
그에게 은총이 아빠에 관한 세세한 이야기를 듣고 책을 내는 데
공동기획자가 되어 달라고 청했다.
박 대표는 매우 기쁘게 수락했고, 저자인 은총이 부모님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었다.

은총이 까페에 올린 간략한 글들 몇 가지 외에 원고가 없는 상태에서
회사에 서둘러 기획안을 올렸다.
마침 금요성경공부 인도자로 세워져 그 첫 시간에
은총이 아빠의 철인경기 도전이 담긴 동영상을 소개했다.
우리 직원들도 눈물을 흘리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저자와 두 번째 만남 시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그날 영화사와의 계약도 진행됐다.
내가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기획물을 우선 계약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원고 만들기가 문제였다.
이렇게 초고가 완성돼 있지 않은 책을 편집할 때는 저자에게 원고의 방향과 목차 등을
대략 세워주는 게 중요하다.
이 부분을 놓고 박봉진 대표와 수차례 회의를 거듭했다.

“철인3종경기 도전이 드라마틱하지만 전면에 내세우지는 말자.
닉 부자의 동영상이 일으킨 파급효과가 크니 절대 비슷한 내용으로 가면 안 된다.
그 이야기와 차별점을 두면서 실재하는 한국적 스토리가 담겨야 한다.
은총이 부모가 아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아픈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몰입하는 부모의 노력은 임팩트 큰 감동으로 이끄는 데 한계가 있다.
핵심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가정이 있고,
서로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방향으로 기획하자.
부성애를 강조하기보다 척박한 현실과 싸워나가는 은총이 가족의 고군분투에 포커싱하자.
사실 그대로 이야기를 담백하게 끌고 가되, 은총이의 마음이 어떤지 매우 중요하니,
아직 말을 못하는 은총이가 아빠와 철인경기를 참석하는 생각을 포착하여 찾아내자.
은총이의 미래에 대해 독자들의 마음에 진한 여운이 남도록 이끌어 내자.
처음 은총이 사진을 접하는 독자로 하여금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에 신경 쓰자.”

시장을 조사하고 고려할 점을 세밀히 잡아가면서 기획방향 또한 명확해졌다.
박봉진 대표의 탁월한 기획 안목과 이런 유의 비소설 에세이에 관심이 많은 내가
새로운 유의점을 찾아내고 원고에 반영하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가 순조롭게 잡혀갔다.
이제 원고를 이끌어 내도록 저자와 잘 협력해 가는 것이 숙제였다.
1차 원고로 지난 6월쯤 받았을 때는 갈 길이 멀게 느껴졌다.
분량도 적었고, 디테일한 기억을 좀더 끄집어 내는 데 집중이 필요했다.
은총이 아빠는 일용직 노동거리를 구해 열심히 일하면서 틈틈이 최선을 다해 주었다.
은총이 엄마 또한 원고에 힘이 더 실렸고 가을이 깊어갈 무렵에
두 분의 수정 원고를 받았을 때 뭔가 빛이 보였다.
여러 개의 파일들을 일일이 살피고 모아 보니
이제 내가 꼼꼼히 작업하면 독자들이 읽을 만한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원고를 배열하고 목차를 짜고 더 필요한 내용을 찾아내는 집중력이 관건이었다.
본격적으로 파일들을 짜깁기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로
저자에게 숙제를 내주며 원고를 완성해 갔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은총이에게 책 선물을 하려고
12월 20일 전에 출간 일정을 맞춰 놓고 회사 송년회도 빠지면서 전력을 다했다.
사진 작업 등 부속물 정리를 하며 디자인 팀과 조율해 가는 과정에서
결국 1월로 넘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쉬웠지만 12월 출간물이 많아 마케팅 팀이 탄력 있게 영업하기에도 1월 초가 나았다.

추천사로 MBC 보도제작국 시사영상부의 서태경 국장님,
은총이 이야기를 영화화할 손재혁 감독님,
연예인 대표 기부 천사 가수 션,
《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자매를 섭외하여 원고 부탁을 했다.
션 씨는 인쇄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여 가슴을 서늘하게 했지만,
지금 자신의 트위터로 은총이 영상을 대박 홍보해 주어
그때의 애타는 심정은 감사와 환희로 바뀌었다.

사장님이 최종 원고를 보시고 작년에 <시사매거진2580> 방송 후 이슈가 됐을 때
바로 섭외하여 여기까지 원고를 만들어 간 데 대해 크게 격려해 주셨다.
투고로 접수되는 원고나 매체에서 연재 중인 원고가 아닌,
일반 대중들을 두루 포함시킬 책을 기획하여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1월 주력 도서로 선정될 만큼 현재의 분위기는 고무되었다.

최종 편집 과정에서 내가 아이디어를 낸 주제인,
‘아빠가 은총이가 되어’, ‘엄마가 은총이가 되어’, ‘은총이의 생각’ 편은
비소설로 가다가 가상 소설과 동화로 빠지는 부분이어서 사장님 조언에 따라 제외시켰다.
추후에 동화 작가님이 나타나 쓰고 싶다고 요청하시면 이 소스를 제공키로 했다.

이 책의 마케팅에는 SNS 홍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홍보를 위해 박 대표와 회의하다가 SNS 홍보용 영상을
우리 회사에서 자체 제작하기로 하고 시나리오를 짰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편집 마감 후 하루를 빼내어
파워포인트로 사진을 배열하고 그에 맞는 자막을 썼다.
배경 음악은 팀 호이트 영상과 차별을 두려고 고민했지만,
"You Raise Me up"만한 음악이 없어 같은 음악으로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책 광고처럼 보이지 않고 은총이 가족을 소개하는 이미지 영상으로 만들어 유투브에 올렸다.
기술적인 작업은 우리 오퍼레이터 유진실 씨가 수고해 주었다.
유투브에서 <우리 은총이>를 검색하면 나오는 이 영상은 지금 SNS에서
하루 만에 2천 회를 돌파할 만큼 관심을 끌고 있다
션 씨의 리트윗 부탁으로 가수 이효리 씨와 작가 이외수 씨까지
트위터에 올려 주시면 그야말로 대박을 칠 것으로 보인다.
홍보를 위해 션 씨의 인터넷 쇼핑몰 사무실에 찾아가 책을 전하고
메일로 내 인맥들에게 유투브 영상과 책 카피 자료들을 전했다.

제작이 완료되어 입고된 책을 보니, 내 책을 냈을 때만큼 감격이 밀려왔다.
이 책은 내가 쓴 책과 다름없는 애착이 든다.
은총이 가족도 예쁘게 보아 주었고 편집자로서 보람이 컸다.
은총이 부모의 표정을 보니 8년 전에 내 책을 처음 받았을 때의
그 마음이 동일하게 느껴진다.
책을 만들면서 은총이를 생각하면 내 마음이 설레고 사랑의 감정이 든 만큼
대중들에게도 《우리 은총이》가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홍성사에서 은총 부자와, 은총엄마가 찍어 주심)

"은총아, 삼촌이 너의 책을 만들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
그 숱한 고통의 여러 수술을 견디고
잘 살아주어 고마워!
엄마아빠랑 행복하게 이겨내고 예수님의 사랑을 열방에 전하는
천사가 되기를 교진 삼촌이 응원할게!^^"






유투브에 올린 “우리 은총이” 영상.  


저자의 씨앗을 받아 제가 낳은 책의 내용이 담긴 영상입니다. (표현이 쫌 거시기한가요?)
우리 사회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가정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이겨내도록 용기를 주는
‘붉은 천사’ 은총이를 만나보세요.
건강하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가족의 의미와
대한민국 아버지의 용기를 《우리 은총이》에서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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