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회에 대한 절망, 신앙에 대한 희망문화일보 2009년 1월 29일
-김종락 기자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희귀한 사람입니다. 어렵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가 되었으나 검사 사회에 관행화한 비리를 견디지 못하고 몇 개월 만에 그만둔 것부터가 그렇습니다. 그 뒤 전업 주부를 자청한 그는 약 2년간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 돌보며 공부하는 아내의 뒷바라지를 했다지요.
군법무관 시절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을 만난 뒤 ‘칼을 쳐서 보습으로’, ‘평화의 얼굴’ 같은 책을 내고 이들을 변호하며 국가와 교회의 충돌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여호와의 증인’은 주류 기독교에서 이단시하는데,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책을 쓸 당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보수적인 교회가 세운 사립대의 교수였습니다. 그가 지난해 펴낸 ‘불멸의 신성가족’은 판사, 검사, 변호사에서 브로커, 기자, 경찰, 마담뚜에 이르기까지 법조계와 법조 관련자를 심층 인터뷰, 특권을 이어가는 법조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조명해 주목을 받은 책입니다. 김 교수의 신간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홍성사)는 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저자가 교회 때문에 느낀 슬픔과 절망, 그리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독실한 신자인 김 교수가 학자나 기자, 시민운동가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당신은 멀쩡한 사람인 것 같은데 왜 아직도 교회에 남아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그 주변에는 교회의 현실에 절망해 “도대체 교회를 계속 다녀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 젊은이도 많았고요. 대학 시절 극적인 신앙체험을 한 뒤, 절반은 고시생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신학생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교회에 빠져 들었던 그는 우선 교회에서 느낀 슬픔과 절망을 이야기합니다. 신앙보다는 돈과 사회적 지위가 우선하는 교회, 자신을 비판하거나 의견이 맞지 않으면 사탄이나 이단으로 낙인찍으며 어떤 세력보다 과격하고 무례하며 공격적인 기독교, 자기들끼리 모여 앉으면 교회 부흥, 헌금, 건축, 잘나가는 선후배 목회자 이야기나 하는 목사들, 담임 목사의 권력은 갈수록 강대해져 가는데 반해 갈수록 초라해지는 부목사들의 인생, 강단을 독점하며 표절이 생활화한 설교, 예수님이 가르치신 사랑, 정의, 평화, 진리 같은 가치보다 주일성수, 십일조 등 외형적인 것에만 매달리고, 나만 옳다는 독선으로 단군상의 목을 자르는 교인들. 교회에 다녀본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껴온 문제들에 대한 김 교수의 비판은 광범위하면서도 신랄합니다. 그렇다고 책이 교회 비판에만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자신의 교회 이력과 인문학적, 신학적, 문학적 역량을 총동원해 ‘교회다운 교회, 예수 있는 교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무기명으로 헌금하면서 봉투에 어려운 이를 지정, ‘OOO형제에게 드립니다’라고 씀으로써 자연스럽게 교회 안의 형제자매를 돕는 방안이 대표적입니다. 그가 교회를 향한 꿈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들을 보험사를 대신해 교회가 책임지는 것에서 한 동네에 사는 성도들이 공동육아나 공동 식사 준비를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이런 희망을 적은 책답게 인세 전액은 ‘높은뜻푸른교회’와 ‘열매나눔재단’을 통해 가난한 이웃을 위해 쓴다고 합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