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서평: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읽어가면서 왠만한 목사도 이만한 글을 뽑아 내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성도의 손에서 이만한 글이 나왔다는 것은 저자가 얼마나 교회의 교회됨을 위해 고민해 왔는가 하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게 해 줍니다. 목회자로 사역해 오면서 나름대로 교회의 교회됨에 대해서 고민해 왔습니다. 따라서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폭력이나 정치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교회의 교회됨을 통해서 세상에 교회가 있음을 알리자는 저자의 주장에는 전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치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용서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목회자들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을만한 내용이었지만 그러한 사실을 어떻게 일반성도가 그렇게 잘 알고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저자는 한국 교회에서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는 추한 모습들에 대해 너무나 소상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한편으로는 분노하고 한편으로는 마음 아파하고 있음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저 자신도 저자가 분노하고 있는 대상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또 목회자인 저로서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들을 저자를 통해 알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저자의 인용글을 통해 그 유명한 프란시스 쉐퍼 부부가 실제로 어떤 가치관의 소유자였는가 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 헨리 나누웬이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바였지만 그가 그 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입장을 표명했는가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자가 기독교 역사를 전체적으로 훑어 가면서 소개해 준 내용들은 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 역사를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생소하거나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었던 것들이었기에 참으로 귀한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교회가 교회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가에 대한 저자의 고민에는 상당 부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가 비판하고 있는 영화관 교회의 문제점에 대해서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특별히 교회가 교회 내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이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반가운 느낌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보험회사가 교회의 일을 빼앗아 갔다는 주장이나, 교회가 가족과 같은 공동체를 이루어 경제적인 부조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전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오늘날 한국 교회의 폭력성은 물론, 기독교 역사를 통해 면면히 흐르고 있는 기독교회의 폭력에 의지하는 성향에 대한 저자의 지적과 비판은 저로 하여금 그 문제가 한국 교회가 반드시 고민하며 치유해야할 고질병과도 같은 심각한 문제임을 알게 하였습니다. 그란 가운데 과거 사학법에 대해 기독교계가 보여 주었던 대응방식이 어째서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 대해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성경 해석이나 주장 중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 도 간혹 눈에 띄였습니다.에베소서 6장 12절에 대한 성경해석에서 저자는 정사와 권세를 영적인 존재가 아닌 실제 세계의 정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일반적인 해석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에 대한 저자의 입장(반대)에 대해서는 조금 지나친 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십계명 중 제2계명을 들어 국기에 대한 경례도 우상숭배에 준하는 행위가 아닌가 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데, 이런 저자의 주장을 보면서 저자는 부모님께 세배도 드리지 않나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저자의 입장(지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었는데, 뒤로 가면서 저자가 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절반 가까이를 교회가 역사 속에서 폭력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고자 했던 사건들을 다루면서 그것이 결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도파나 롤라드파의 평화주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이러한 설명은 저로서는 결코 가볍게 거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사형제라던가 전쟁시의 살인에 대해 기독교인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마땅한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고 해서 완전하게 그 편에 서기는 무엇한, 아직은 어정쩡한 입장에 남을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의 모든 주장을 다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여태껏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사실들에 대해 알게 되고 또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귀한 소득이었습니다. 저자가 기분 나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 성도조차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목회자인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것은 결코 일반 성도를 무시하고자 하는 말이라기도 보다, 일반 성도들 중에 이러한 고민을 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입니다.) 물론 연륜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제가 저자의 연배에 이르기까지 저자와 같이 깊은 수준의 고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교회됨에 대해 앞으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씨름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무지를 깨우쳐 주고, 치우쳐 있던 생각에 균형감각을 되찾아 준 저자의 수고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