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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반 추천에 대하여[이재원님]음악에 대한 열정만 앞섰지 음반 추천을 받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취향 파악에 실패해서 엉뚱한 음반을 추천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 나름대로는 촘촘한 추천의 기준을 작동시켜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 추천의 결과가 언제가 만족스럽지가 않습니다. 때문에 점점 음반 추천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저는 음반 추천의 성공 여부를 가장 크게 결정 짓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친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성공률이 높은 경우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반을 추천할 때입니다. 그 사람의 취향, 그 사람의 현재 관심,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디오, 그 사람이 주로 음악을 듣는 시간대 등을 알기 때문이지요. 저의 생각이 이렇기 때문에 충분한 사귐이 전제 되지 않은 경우, 저는 음반 추천에 대한 요청 앞에서 매우 예민해집니다.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높을 테니까요. 음반 추천은 꼭 타인에게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늘 음악과 생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저도 종종 선곡에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나의 정서 상태, 관심, 음악을 듣는 시간, 장소를 고려하지 못하고 그 음반에 얽힌 좋았던 추억을 다시 한 번 느끼고자 했을 때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을 때가 많았거든요. 사실 저의 경우, 그 곡이 얼마나 유명하냐, 그 곡의 연주가 얼마나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그 순간 저의 상태였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작품의 수준과 연주의 수준은 충족되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때문에 저는 어떤 사람의 음악에 대한 실력(또는 얼마나 마니아인지를 아는 것)을 그가 자기 자신의 몸과 정서 상태, 현재 있는 장소와 시간에 딱 맞는 음반을 고를 수 있는 능력으로 파악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사적으로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든, 또는 타인에게 음반을 추천하기 위해서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작곡가의 작품의 내용, 그 연주의 뛰어남, 그 곡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아니라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에 대한 파악이라 믿고 있습니다. 때문에 충분한 사귐이 전제되지 않았을 때 음반 추천을 하는 일이란 괴롭지요. 사실 사람에게 있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영화나 어떤 제품을 추천하는 일만큼 신나고 즐거운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음악도 다르지 않지요. 그런데 그 즐거워야 할 일이 번민과 괴로움을 안겨주니 음반 추천이라 생각해 보시면 이게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인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정말 행복한 음악 감상이 되려면 물론 곡이 좋아야 하고 연주가 뛰어나야 합니다. 그 곡에 대한 어느 정도의 선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의 경우, 음악을 들으려는 사람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도, 소위 수준의 문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대개 클래식이 어렵고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음반 고르기(또는 잘못된 추천을 받은 경우)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기 수준을 알지만 사람들에게 근사하게 보이려고 무리하게 자기 수준보다 높은 곡을 선곡해 듣다가 스스로 지쳐 나가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만. 좋은 곡, 좋은 연주, 그리고 자기 수준에 맞췄다고 해서 음악을 들을 준비가 되었느냐? 저의 경우는 결코 아닙니다. 사실 진짜 준비는 내면을 살피는 일이되겠습니다. 환경을 고려하는 일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클래식 음악에 대한 실력이란 이 모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이겠지요. 쓰다보니 부탁하신 음반 추천은 안 하고 변명만 늘어 놓았네요. 죄송하구요. 요즘 제가 끼고 사는 몇 개의 음반만 덜렁 올려 놓고 오늘은 나가겠습니다. 왜 이 음악이 요즘의 제게 좋은 지를 설명하는 일은 앞에 쓴 내용만큼의 설명을 요하기 때문에 그 일은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 소위 원전 연구의 일가를 이룬 쿠이켄의 바흐의 칸타타 음반입니다. 지금 4집까지 나왔는데 기품있는 음악입니다. 저는 이 음반은 소음이 거의 없는 새벽이나 늦은 저녁에 홀로 듣습니다. 그래야 이 음반이 주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다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추천엔 소극적입니다. 저에게 좋은 음악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요즘 제가 가장 즐겨 듣는 헨델의 메시야입니다. 메시야는 열 종류 쯤 가지고 있고, 수도 없이 여러 종류의 음반을 들었지만 이 음반 정말 좋습니다. 그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음반 포장, 인쇄, 사진 상태가 주는 즐거움도 포함됩니다. 이 음반의 템포는 좀 파격적입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연주가 과거의 옛 악기로 연주함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메시야 음반 시장 내에서 신선함으로 사람들을 흥분시킨다는 역설일 것입니다. 작년에 나온 아르농쿠르란 지휘자의 메시야와 함께 비교하며 듣는 일은 더 즐겁습니다. 이 또한 제 전공과 깊이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께도 즐거움을 줄지는 장담 못하겠습니다. ;) 혹시 컴퓨터에 딸린 DVD말고 오디오로 DVD를 감상하실 수 있다면 이 음반이 주는 즐거움을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을 때만 컴퓨터 DVD로 영화를 보지 그렇지 않을 경우는 거의 절대로 클래식 음악이나 좋아하는 영화를 컴퓨터에 걸어 모독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분명 마이클 틸슨 토머스란 지휘자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가 해석하는 베토벤 역시 유럽적인 정통에선 어느 정도 떨어져 있다고 생각됩니다.(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받은 지휘자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휘자의 연주(물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이 지휘자의 음반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들이지만)는 뿌리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잘 생겼고, 말 잘하고, 옷을 근사하게 입는 멋쟁이입니다. 녹음상태도 뛰어나고...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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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2007-02-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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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남에도 그랬고 그후 몇번의 메일에서도 그렇고 이후의 도사님의 말과 글에도 언제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이 전해집니다. 장기려, 그사람을 읽으면서도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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