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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 후기] 볼리비아에서 온 편지 . 이기제 선교사님의 볼리비아에서의 23년 사역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낳는 데 3개월이 넘게 걸렸다. 저자의 사모이신 박미숙 선교사님을 처음 뵌 것은 홍성사에 출근한지 얼마 안 된, 지난 2월초였다. 볼리비아에서 잠시 돌아와 사장님과 함께 만난 박 선교사님의 얼굴엔 선교지에서 장기 사역하며 켜켜이 쌓인 애환과 차분함이 담겨 있었다.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보다 덜 알려진 나라, 볼리비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오래 전 월드컵에서 한국을 침몰시킨 축구, 가수 임병수(그가 부른 ‘약속’이란 곡과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이 기억난다) 정도인 것 같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통해 체 게바라의 젊은 날의 여행지와 조승우, 이나영이 주연한 한국영화 <Who are you>에 나온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가 떠오르기도 한다. 나는 박미숙 선교사님을 통해 들은 볼리비아에서 23년 장기 선교 사역이 처음에 잘 와 닿지 않았다. 단기 선교와 정탐 여행을 다녀온 이들은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지구 반대편 남미 땅에 1987년에 건너가 23년을 사역해 오셨다니, 누가 그 수많은 절절한 사연들을 헤아릴 수 있을까! 선교사님 부부가 볼리비아 곳곳에 세운 개척 교회가 21곳이란다. 빈민촌, 고산지대, 정글 마약 지대 등 불편하고 힘들 뿐만 아니라 생명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 거침없이 들어가셨다. 게다가 볼리비아 최고의 명문 학교로 자리 잡은 사야리 학교를 세웠고, 이곳에서 유아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이들이 사회 각 지도층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와 교계에는 이기제 선교사님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두 분이 선교 보고에 별로 열을 올리지 않고 사역하시며, ‘포기의 선교’라는 메시지를 받아, 철저하게 소유와 명예를 버렸기 때문이다. 선교지에서 얻는 유익을 모두 배제하여 가진 옷과 음식을 모두 현지인과 나누고 선물 받은 시계 하나도 현지인 부교역자에게 건네줄 만큼 철저하게 청지기 정신으로 사역하고 계셨다. 사역의 열매는 개척 교회 여러 곳과 일반 교육 기관 설립에 그치지 않았다. 장로회 교단, 사랑 선교회, 장로회 신학교, 의료 선교회, 마약 퇴치 및 자립을 위한 농원까지 세우며 찬송가, 성경 공부 교재, 신학 교재를 편찬하며, 가난한 볼리비아 사람들의 영적, 정신적, 경제적 행복에 모든 젊은 날을 바치셨다. 마치 구한말 조선 땅에 온 언더우드처럼 조국보다 볼리비아를 사랑한 선교사님이다. 그 긴 세월동안 안식년도 제대로 가지지 않은 채 볼리비아 원주민으로 사신 이 분의 원고가 1년 넘게 편집부에 묵혀 있는 상태였다. 저자를 대신하여 오신 사모님과 만나면서 이렇게 수고하시는 사역자의 원고를 내가 만질 수 있을까, 하는 떨림과 긴장이 있었다. 사장님은 남미가 혼란에 빠져 있다며, 그동안 많은 기독교인들이 실망을 안겨주었고 좌파 정부에 넘어가면서 영적인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어 우리가 책을 통해 도움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셨다. 이기제 선교사님의 책을 통해 한국 교회가 남미를 향한 기도의 불을 뜨겁게 지피도록 하자고 내게 전의를 북돋워 주셨다. 우선 두 권의 책 편집을 마치고,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선교사님의 원고에 집중하여 문장이 어색한 부분은 새로 쓰면서 저자의 호흡이 살아있도록 교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오래도록 스페인어에 익숙해져 있는 선교사님 원고는 아마존 정글과 같은 미지에 고립되는 부분이 많았고 그만큼 신선한 생기와 감동도 있었다. 풀숲을 헤치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고, 다시 정확한 표현을 찾아서 문장을 다듬는 데 두어 달이 걸렸다. 초기에 500페이지가 넘는 원고를 416페이지로 만드는데, 선교사님의 목숨을 건 진땀어린 장면을 덜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지옥에 들어온 것 같은 고산병 증세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지대의 고산족 마을에 올라가 복음을 전하고, 마약 재배지인 아마존 정글의 원시 부족에게 화살받이가 될지 모를 위험을 감수하고 맹수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치약으로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등 원고 곳곳에 자기 생명을 포기하고 헌신한 선교사님의 순종이 편집자인 내게 큰 도전을 주었다. 내가 이 책을 만들며 얻은 감동은 볼리비아의 위대한 교육자, 영적 지도자, 각종 사회 공헌상을 휩쓴 영웅이면서 한국과 볼리비아 어디에도 자기 집 한 채 없는 선교사님의 검소한 생활만이 아니다. 그분의 내면에 끝없이 싸운 ‘포기’와 ‘버림’의 메시지가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분은 남미의 선교사들이 사역을 마친 후 노후를 LA와 같은 선진국 대도시에서 보내고자 준비하는 관행을 포기하셨다. 자녀들을 미국 명문대학에서 교육시킬 수 있었음에도 한국의 대학에 보내어 선진 교육의 기회를 포기하셨다. 아들의 해병대 입대를 격려하고, 딸에게 자취방 하나 마련해 줄 수 없을 만큼 자기 소유를 갖지 않은 버림의 사역을 실천하셨다. 볼리비아에서 23년간 이룬 모든 성과를 후임 선교사에게 넘기고, 자신은 빈손으로 멕시코의 척박한 마을로 떠나려는 그 결심에 이르기까지 이기제 선교사님은 내면과 외형 모든 면을 포기의 선교로 일관하셨다. 자신을 이단으로 몰아붙인 현지인 부교역자를 용서하고 끌어안기까지 사랑과 버림의 부단한 싸움을 인간적인 좌절로 넘어지면서도 기도의 힘으로 일어나셨다. 그 수많은 감동의 사연들을 일일이 담는 것이 벅차기만 했다. 하나님은 이기제 선교사님이 이룬 외형적 열매보다 내면에서 싸운 포기와 버림의 마음에 크게 기뻐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진행하면서 날마다 분노하고 있는 내 거친 마음 위에 사랑의 기도를 올려 드릴 수 있었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베풂과 사랑, 욕심의 포기, 분노와 혈기의 버림을 이기제 선교사님의 글을 만지며 통회하는 심정으로 하나님께 부르짖곤 했다. 출간일을 8월 초 선교한국 대회와 한국 코스타에 맞추려다가 마무리 교정에 시간을 끌면서 살을 깎는 초조한 고통을 맛보았다. 회사에서는 독촉하지 않았지만 내가 스스로 정한 마감을 맞추지 못한 데 대해 자존심이 끝없이 추락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자존심마저도 버림으로 하나님께 맡기고 성실한 편집에만 일관하자고.. 그런데 뉴스에서 놀라운 소식이 나왔다. 볼리비아가 우유니 소금사막에 묻혀 있는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이 넘는 자원에 대한 우선 협상국을 한국으로 정한 것이다. 일본과 프랑스, 러시아 등 많은 국가들이 볼리비아 리튬을 얻고자 달려들었지만, 그들은 한국과 MOU를 체결했다. 볼리비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여 말한 이유는 스페인의 오랜 지배를 받으며 주변 열강들의 침략으로 국토가 조각조각 뜯겨나간 아픔의 역사를 가진 볼리비아가 주변 국가의 침략만 받다가 일제 치하까지 겪은 한국에 동병상련을 느끼며 제국주의 역사가 있는 나라를 배제시켰기 때문이란다. 나는 이 책을 편집하며 볼리비아 대통령의 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8월 초에 내가 서둘러 출간했더라면 표지의 문구로 ‘풍부한 리튬 자원국인 볼리비아는 왜 한국을 선택했을까?”란 시의성 있는 카피를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기제 선교사님은 매 챕터마다 탐욕의 역사가 가져온 고통을 언급하면서 볼리비아의 슬픔을 서술하고 있다. 이 가난하고 상처받은 잉카의 후예들을 사랑한 ‘진국 선교사’의 이야기 속에서 볼리비아와 한국의 연관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 주에 책이 서점에 배본되었고, 사장님 지시로 교계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사 몇 곳에도 보도자료를 보냈다. 그리고 감사한 일이 터졌다. 동아일보 종교부에서 단독 보도 계획을 잡고 내게 문의 전화를 준 것이다. 10월 18일 월요일 동아일보 문화면에 이기제 선교사님과 <볼리비아에서 온 편지> 책 이야기가 실릴 예정이다. 지난 추석 연휴와 휴일에 쉬지 않고 출근하여 혼자 사무실에서 원고와 씨름한 피로가 다 풀리는 듯하다. 책이 나오고 선교사님께서 거의 매일 국제전화를 주시며, 나를 꼭 한번 볼리비아에 초청하여 2주간 우유니 소금사막과 티티카카 호수 등 아름다운 안데스 산의 정취에 흠뻑 젖도록 책임지겠다고 하신다. 책을 만들며 이미 안데스 산과 아마존 정글을 마음껏 둘러본 기분이다. 어머니 간호에 매달리며 제주도 신혼여행만 겨우 다녀온 내가 볼리비아까지 갈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나를 편집자로 이끄시고 이기제 선교사님과 같은 분과 연결해 주신 것은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보고 더 넓은 마음을 가지라는 뜻임을 돌아보고 있다. 가장 고통스럽게 낳은 <볼리비아에서 온 편지>에 나는, 가장 감미로운 자유를 느끼고 있다. 탐욕과 소유에 물들고 맘몬의 지배에 놓인 많은 사람들에게 주님의 지상 명령인 선교의 진정한 교과서로 이 책이 큰 힘을 발휘해 주기를 기도한다. ps. 칠레의 33인 광부들이 조금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구리 광산 지하 700미터에 갇혀 있다가 69일 만에 구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알려져야 할 중남미 광부들의 진실은 뉴스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남미의 풍부한 광물 자원이 ‘신의 축복이지만 또한 눈물’임을 알아야 한다. 서구 열강의 침략과 정치, 경제의 혼란 속에 중남미 민중들은 캄캄한 지하에 들어가 안데스 산 맑은 공기를 마시던 폐에 돌가루를 채워가며 선진국들의 풍요를 캐 올리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금, 은을 캐다가 은팔찌 하나 차지 못하고 젊은 날에 진폐증과 각종 사고로 죽어가는 이들이 허다하다. 휴대전화나 전기자동차 등에 쓰이는 리튬 자원을 가진 볼리비아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전 세계에 감동을 주며 살아남은 칠레인들과 그 광부의 가족과 친구로 살아가는 남미인들에게 사회 전반의 성숙과 변화를 이끌 복음의 빛이 비추지 않으면, 여전히 벼랑 끝 갱도 입구에서 첨단 전자제품과 우주 비행선에 쓰이는 광석들을 좁은 공간에 누워 일일이 깨고 손으로 빻아서 생산하다가 희생당하는 일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남미는 탐욕과 피의 역사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사는 곳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기제 선교사님이 외친 ‘포기의 선교’가 지난 23년간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왔다. 이 일은 우리의 기도와 지속적인 사명자들을 통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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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주
2010-10-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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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고가 빛을 보게 된 것은 2년 그 이상이라오. 내게 이기제 선교사님의 글 몇 편을 보내주신 신실한 주의 동역자가 계셨다오. 모두들, 주님의 사역에 각각 부름 받은 증인인 셈이지. 송부장, 황과장, 문주임 정말 수고 많았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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