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에서 이재철 목사가 정애주 대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40주년을 맞은 홍성사에서 대표 저자 중 한 명인 이재철 목사(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의 ‘출판기념회’를 1일 오후 서울 합정동 양화진책방에서 개최했다.

홍성사는 지난해부터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저자들을 중심으로 저자의 지인들과 여러 독자들을 초청해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간 출판기념회 중 가장 ‘인지도 높은’ 저자를 맞은 홍성사는, 추첨을 통해 독자 50명을 선정했다. 강해서(요한복음·사도행전)와 공저(지성과 영성의 만남)를 포함해 홍성사에서 총 41권의 단행본을 펴낸 이 목사의 <사명자반> 출간을 기념해 열린 출판기념회는 저자와 정애주 대표와의 대담, 독자들의 질문, 사인회 및 선물 증정 순으로 진행됐다.

이재철 목사는 먼저 <사명자반> 출간 소감에 대해 “하나님의 관점에서 볼 때 저는 수렁에 빠져 있었는데, 제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때 은혜로 제게 손길을 베푸시고 그 수렁에서 건져 주셨다”며 “그래서 평생 주님에 대해 빚진 마음으로 사는데, 암 수술을 받은 뒤 <사명자반>을 쓰면서 ‘이것이 내가 쓰는 마지막 책일 수 있겠다’는 심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새신자반>과 <성숙자반>을 쓰고 <사명자반>을 꼭 써서 하나님께서 제게 베풀어 주신 사랑에 만분의 일이라도 갚고 싶었다”며 “그 빚은 바울이 고백한 대로 사람에게 갚아야 하는데, 오늘날까지 있게 해 주신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 좁게는 저와 함께 신앙생활하시는 100주년기념교회 교우들에게 조금이라도 그 사랑의 빚을 갚았다는 심정”이라고 전했다.

‘책을 읽고 공부했다 해서 사명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이 목사는 “믿음은 앎이 삶으로 연결되어 지속되는 전 과정으로, 앎이 없으면 살려고 해도 살 수 없기 때문에 앎과 삶은 불가분의 관계이자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부르심을 받은 자들 가운데 더 주님 말씀대로 신실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충대충 사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안다고 해서 다 사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명자로 살게끔 하려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지 바른 앎은 제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저는 교우님들을 강물까지 끌고 가는 목동이지, 물을 먹게 하는 사람일 수는 없다”며 “어린아이 한 명이라도 소 한 마리를 끌고 강가로 갈 수는 있지만 장정 20명이 들러붙어도 소에게 물을 먹게 할 순 없듯, 저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과정을 제시하면서 강가까지 모시고 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이후에는 개인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그 ‘사명’이 개인 인생에 대한 것인지 교회 공동체나 사회·인류 공동체에서의 부르심인지에 대해선 “어떤 그리스도인이든 일터나 가정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에 대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며 “무엇을 하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 세계의 한 부분을 나의 삶으로 책임진다고 생각한다면 의미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 그리스도인의 시선이 내 가족과 남편·아내, 자식과 돈, 사업을 넘어 공익을 위해 세상으로 향하는 사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겨날 때, 이 사회가 반듯하게 되고 하나님 공의가 구현되지 않겠느냐 하는 의미에서의 사명자”라고 밝혔다.

▲이재철 목사. ⓒ이대웅 기자

이 목사는 저서들에서 믿음을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했는데, 단 하나 가장 포괄적이고도 중요한 단어를 꼽는다면 ‘입증(立證)’, ‘신실(信實)’이라고 했다. 그는 “<회복의 신앙>에서 10가지, <성숙자반>에서 10가지, <사명자반>에서 8가지 등 총 28가지 낱말로 믿음을 표현했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입증’”이라며 “믿음은 입증하는 것이고, 헬라어로는 ‘피스티스’, 즉 ‘신실’을 뜻한다”고 했다. 그는 “기도하면 믿은 대로 된다는 것은, 당신이 기도할 때 신실해지고 구하면 다 받는다는 말씀”이라며 “신실한 사람은 헛것이나 자기 욕망에 따라 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집계 결과 책에 ‘사명(使命)’이라는 말 다음으로 ‘허망(虛妄·거짓되고 망령됨), 한심(寒心), 욕망(欲望)’ 등의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는 말엔 “모든 글의 근저에는 ‘하나님 없는 인생은 허망하다’는 것이 있다”며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후 그동안 살아왔던 36년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단 두 글자, ‘허망’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가진 게 없거나 소위 출세를 못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누려볼 것들을 모두 누려 보고 그것이 행복이고 참된 인생의 가치인 줄 알았지만, 주님을 만나고 보니 내 인생을 절대로 영원히 살리지 못할 것들을 위해 인생을 갉아먹었으니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나님 없는 인생이 허망하다는 것만 깨달으면 더 이상 욕망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을 수 있다. 욕망의 눈으로 보면 공동묘지에서 끝나지만, 이를 뛰어넘는 영혼의 눈을 갖게 되면 허망·욕망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단어를 의도적으로 많이 쓰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애주 대표는 “그런 점에서 이 목사님의 독자에는 마니아층이 있는 것 같은데, 저희의 고민은 거기에 있다”며 “‘허망’은 욕망의 극치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때 나오는 것으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별다른 ‘허망’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이 목사님의 경험과 우리 사이의 괴리가 아닌가 하고, 이 부분이 목사님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있어 가이드라인이 아닌가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욕망의 끝을 가 보셨기 때문에 세상이 욕망임을 알고, 그 욕망의 끝에서 허망을 경험하셨기에 이렇게 쓰실 수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목사는 “교만은 어떠한 이뤄진 일에 자기 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난다”며 “성경에서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앞잡이(잠 18:12)라고 했는데, 우리가 평생 하나님 앞에서 신앙인으로 실족하지 않는 길은 예수님의 종에 대한 비유(눅 17:7-10)가 말씀하듯 겸손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목회자나 일반 교인들이나, 교만에 빠지면 형태만 다를 뿐 하나님 앞에서 똑같이 실족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다음 집필 계획에 대해선 “담임목회를 하는 한 책을 쓸 여유가 없다”며 “퇴임할 때까지는 교회에 최선을 다해야 하기에 책을 쓴다거나 하는 계획이 없고, 퇴임 후 주님께서 기회를 주시고 건강을 주신다면 쓸 수 있겠지만 몇 년 후이기 때문에 답변하는 것은 교만이 아닐까”라고 했다.

▲질문하고 있는 참석자들. ⓒ이대웅 기자

이후에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설교나 글의 표현력 비결’을 묻는 한 목회자의 질문에 이재철 목사는 “먼저 내가 100% 이해하는 게 필요하고, 그 다음에 사람들이 100% 이해할 수 있도록 전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먼저 내가 설명한 것을 교인들이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도록, 그 한 줄 중에서도 한 단어로 기억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아무리 유명한 설교자가 설교를 하더라도 교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는 절대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예배당을 떠날 때 마음 속에 한 문장을 새기고 간다면 한 주 동안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라며 “설교를 준비한 다음, 이 설교를 한 문장 한 단어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계속 연구하고 훈련을 거듭한다면 진보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추가로 “사전을 활용할 것”도 주문했다. 이 목사는 “옥스퍼드나 하버드 대학생들도 논문을 쓸 때 영영사전을 펴놓고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한글사전을 보지 않기 때문에 평생을 200-300 단어로 살아간다”며 “그러니 부부가 대화를 해도 감정만 전달되고, 특히 여성들이 대화를 하면 오히려 싸우게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책이나 방송, 신문을 보면서 내가 쓰지 않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눈여겨본 뒤 입력해 놓고 자꾸 인식하고 주의한다면, 어느 날 설교를 준비할 때 나도 모르게 나오게 된다”며 “그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이 단어를 이 본문에서 지금 쓸 수 있는지 사전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또 “저는 한 편의 설교를 준비하면서 한글사전을 최소 20회, 많으면 30회 찾아본다”며 “같은 단어가 여러 번 반복되면 강조할 경우엔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만, 그 반복이 귀에 거슬리는 경우엔 유의어사전을 찾아 같은 뜻의 다른 단어들을 찾아본다”고 했다. “믿음이 무엇인가를 스물여덟 단어로 생각해 본 것도, 다르게 표현하면 내 믿음이 더 깊어지기 때문”이라며 “어휘가 깊어지면 부부 사이도 좋아진다”고도 했다.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재철 목사. ⓒ이대웅 기자

‘부르심과 선택’에 대한 질문에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많은 청년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신학교에 갈지 말지’를 물으면 저는 무조건 가지 말라고 답한다”며 “그런 청년은 신학교에 가면 안 된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불가항력적인데, ‘갈까요 말까요’ 묻는 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께서 부르셨는데, 누구와 상의가 필요한가라며 “저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제 반쪽’이기 때문에 제 처와만 상의했는데,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 끝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평신도들의 직장 선택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심플하다고 본다”며 “대부분 내가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내게 유익한지만 생각하니 오리무중이지만, 내 중심이 아니라 이 사회에 더 유익이 되고 한 사람에게라도 더 유익이 되는지를 생각하면 답이 그냥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넘어서 ‘이쪽으로 가면 연봉이 적지만 한 사람에게라도 더 봉사할 수 있다면, 정말 이 세상에서 소외된 누군가에게 주님의 햇살이 비친다면’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심플하다”며 “그렇게 선택하는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고 했다.

이재철 목사는 “지금까지 살아오신 경험들도 그렇고 앞으로 살아보셔도 그렇겠지만, 자신에게 유익한 길로만 간 사람들 치고 나중에 행복한 사람이 참 드물다”며 “인생은 계산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햇볕이 들지 않는 곳을 위해, 자기에게 마이너스이지만 한 사람의 유익을 위해 선택한 사람은 말년이 되면 적은 평수에서 살 수는 있겠지만 그를 통해 한 사회는 훨씬 더 밝아지고, 하나님께서는 그런 자들에게 상 주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질의응답 후에는 홍성사에서 이 목사에게 선물을 증정했고, 참석자 50여명에게 사인회와 애장품 증정 등의 순서도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