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시편과 주기도문,
다윗과 예수를 관통하는 기도의 지평!
시편으로 배.우.는. 기도?
이 책은 시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입문서’지만, 시편에 관한 지식 제공이 목적은 아니다. 물론 시편을 ‘공부하기 위해’ 이 책을 펼쳐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출발점은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더 담고 있다. 즉 ‘무엇 때문에’ 시편을 공부하는가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저자 본회퍼의 대답은 아주 분명하다. ‘기도하기 위하여!’
기도라는 화두는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평생에 밀착한 끈질긴 부담이자 은혜이다. 학자이기 전에 먼저 철저한 신앙인이었던 본회퍼가 이 책을 통해 특별히 시편에 주목한 이유도 오직 기도하기 위해서이다. 그것도 바로 이 시간, 이곳에 있는 ‘나’ 자신이 기도하기 위하여! 그런데 시편의 기도는 저 옛날 다윗의 기도가 아닌가? 그렇다면 어떻게 ‘내 기도’를 시편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
본회퍼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할 뿐만 아니라 기도는 배워야 하는 것이고, 시편으로 기도를 배울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이 의문스러운(?) 고리를 연결시켜 주는 답은 시편이 성경에 포함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점에 있다. 이 책은 어린아이가 아버지의 말을 따라하면서 아버지의 언어를 배우게 되고 대화할 수 있게 되듯이 하나님과 나의 대화인 기도 역시 주님의 언어를 배워야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시편은 주님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주님이 우리에게 직접 가르쳐 주신 일종의 ‘주님어(語) 독본’이다.
올바른 기도는 말씀을 통해서만!
저자는 시편 전체의 주제를 몇 가지로 분류하여 이 모든 주제들이 어떻게 우리의 기도와 관련되어 있는지 보여 준다. 주체할 수 없이 혼란한 감정 속에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복수해 달라고 부르짖는 시편으로는 어떻게 기도할 수 있는지, 비슷한 말들만 길게 반복되는 시편으로는 무엇을 기도하는 것인지, 나의 건강이나 재산에 대해 기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인지 등등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시편을 제대로 이해하여 기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추게 될 때 해결될 것이고, 그 의미를 깊이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위로는 강하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이 책을 1940년에 출간하였고 그 이듬해에 나치에 의해 출판활동 금지를 당한다. 그래서 이 시편 노트는 본회퍼 생전에 출간된 마지막 책이 되었다.
본회퍼가 신학생들을 가르칠 때 예배와 묵상 시간에 실제로 사용하기도 했던 이 책에는 신학적 지식을 과시하는 학자의 권위적인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비약이나 달콤한 감성 자극의 메시지도 없다. 시종일관 열정적인 신앙인의 진지하고 깊은 지성이 배어날 뿐이다. 그래서 즉각적인 감동 자극보다는 여운이 짙다.
이러한 전개는 마치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총명하고 진중한 인격자가 내 동료일 때 느끼는 든든한 안정감과 닮아 있다. 《본회퍼의 시편 이해》는 짧은 안정감 후에 우상에 대한 지독한 의존감을 키워 주는 값싼 위로를 벗고, 광야에서도 스스로 하나님을 올곧게 붙들 수 있는 강인함을 길러 줄 진정한 위로에 다가서 있다.
할 말 많은 작은 책!
본회퍼는 이 책에서 시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시편의 기도들은 가끔씩 읽기만 해도 우리가 또다시 더 가벼운 음식물에 매달리지 않도록 우리의 생각과 힘을 매우 강하게 해 줍니다.” 진정한 위로만이 우리에게 기쁨을 회복시켜 줄 수 있고 기쁨은 철저히 말씀에 기반한 주님과의 관계회복을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 그것이 소망인 사람들이라면 분명 본회퍼의 이 열정적인 메시지처럼 시편을 통해 주님의 언어로 기도하는 법을 평생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기도에 대해 길을 잃을 때 당황하지 말고 이 작은 책을 거듭 꺼내 보자. 우리에게 할 말이 아주 많은 책이다. 《본회퍼의 시편 이해》는 분명 어느 때고 우리의 혼란한 시선을 다른 어떤 것 아닌, 성경에 집중하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기도에 대한 올바른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을 가슴 설레게 기대해 본다.
저자
디트리히 본회퍼
(Dietrich Bonhoeffer, 1906-1945.)
“독일의 양심”으로 불리는 천재 신학자 본회퍼는 브레슬라우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출생하여 많은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랐다. 1927년 신학박사학위를 받았고 1930년에 베를린 대학에서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목사안수를 받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라 뉴욕의 유니온 신학부에서 연구기간을 1년 가졌다. 독일로 돌아가 베를린 대학에서 강의하였고 목사안수를 받았다.
나치 정권의 교회 간섭이 심해지자 이에 대항하는 교회저항운동에 가담하였으며 고백교회(Bekennende Kirche)가 세운 목사후보생(Vikar) 교육기관(Predigerseminar)의 책임자로 섬겼다. 1937년에 이 학교가 폐쇄되자 장소를 옮겨가며 1940년 3월까지 목회자 양성 교육을 계속하였다. 그 후 잠시 미국에 갔을 때, 주위의 강력한 망명 권유가 있었으나 뿌리치고 2차 세계대전 직전에 귀국했다. 독일에서 다시 나치에 저항하다가 히틀러 정권 전복단체에 합류, 1943년 체포되어 1945년 4월 9일 나치정권 붕괴 직전에 교수형을 당했다.
1925년에서 1945년까지 저서 여섯 권, 연구 논문 열한 편을 비롯하여 설교, 서신, 여행 일지, 학회 일지, 희곡, 소설, 시 등의 다양한 저작을 남겼다.
역자
최진경
대구 효성여대 영문과와 총신대 신학대학원, 총신대 대학원 신학과를 졸업했다(M. Div. equ., Th. M.). 독일 부퍼탈 신학대학교(Kirchliche Hochschule Wuppertal)에서 실천신학과 기독교 교육을 공부했으며(Dr. theol.) 교육신학자 코메니니우스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 코메니우스 연구소 총무, 총신대 강사, 구리 성광교회 교육전도사로 섬기고 있다.
차례
머리말 _에버하르트 베트게
시편 1편
“주여,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법 배우기
시편의 기도자
제목, 음악, 구절
예배와 시편
시편의 주요 주제
시편 8편
창조
율법
구속사
시편 22편
메시아
교회
생명
고난
시편 51편
죄
시편 73편
원수들
종말
생명의 영을 바라는 기도
아침기도의 축복
시편 103편
디트리히 본회퍼의 생애 개관 _에버하르트 베트게
내용발췌
당장 기도하고 싶다는 우리의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하길 원하시는지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한, 하나님과 대화하고 교제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시편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우리는 시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20쪽)
시편은 예수 그리스도 교회의 기도이며, 또한 주기도문 속에 들어 있습니다. (22쪽)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가 육신의 생명에 필요한 모든 것에 대한 기도를 의미하듯이, 생명.건강.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가시적인 증거는 생명의 창조자요 보호자이신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에 필수적으로 포함됩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그와 교제하도록 이 육신의 생명에 선물을 주십니다. (55쪽)
시편은 공통적으로 모든 고난과 시험에 대해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60쪽)
우리가 부끄럽게 낭비한 시간, 이기지 못한 유혹들, 연약함과 낙담 속에서 일하는 것,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나 우리의 생각에서 나타나는 무질서함과 방종은 종종 아침기도의 소홀함에서 비롯됩니다. (85쪽)
서평
본회퍼에게 기도를 배우다
-노종문 (예일 대학교 신약학 석사)
마흔이 다 되도록 공부를 하고 있는 탓인지 책만 들면 빨리 훑어 내려가며 읽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작고 가벼운 책인지라 처음 들고 그 자리에서 금방 읽어버렸다. 이렇게 책을 한번 읽고 난 다음에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꼈다. 성경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본회퍼 박사님에게 시편에 대한 어떤 학문적인 안내를 기대했기 때문일까? 역사-비평적, 객관적 성경 읽기에 길이 든 나의 인식체계가 이 책을 이질적인 음식으로 간주한 탓일까? 내 머릿속 도서관의 체계에 따라 이 책도 빨리 분류하여 기억 한 구석에 꽂아두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이 내 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이 책을 다시 정독하기로 결심했다.
본회퍼는 시편을 “성경 속의 기도책”으로 보고, 이 기도책을 활용하도록 돕는 안내서를 쓰고 있다. 시편은 고대 이스라엘의 찬송가(hymn book)였다. 그러므로 시편을 “성경 속의 기도책”이라 부르는 것보다는 '성경 속의 찬송가' 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그러나 고쳐 생각해보니 본회퍼의 관심은 시편을 우리들 각자의 삶 속에서, 그리고 우리 교회의 삶 속에서, 한껏 활용하여 그 유익을 풍성히 누리게 만드는 데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기도는 찬송을 포함하면서 그보다 더 크고 넓은 개념이다. 찬송은 예배의 맥락에서 올려지는 음률 있는 기도이다. 하지만 우리의 찬양과 기도는 공적인 예배시간뿐 아니라, 매일 아침과 저녁에 드리는 개인기도 시간에, 또 출퇴근 하는 버스나 전철 속에서도 올려질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대면하려 할 때, 우리는 무슨 신령한 언어로 말하여야 할까? 본회퍼에 의하면, 시편은 바로 이 기도의 언어를 배우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책이다.
본회퍼는 또한 시편이 ‘예수님의 기도’라고 믿고, 그 믿음에 근거하여 시편의 중요한 주제들을 해설해 준다. 이러한 믿음의 든든한 신학적 근거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 자체이다. 다윗은 하나님의 영이 자신의 혀를 통해 말씀하셨다고 은밀히 고백한다(삼하 23:1-2, 25쪽에 인용됨). 또 히브리서 기자는 다윗의 시를 ‘다윗 안에서 미래의 메시아가 말씀하신 것’(24쪽)으로 간주한다(히2:12; 10:5참조). 이러한 믿음은 본회퍼가 이 책에서 유일하게 인용하는 저자인 루터에게서도 발견된다. 루터에 의하면 주기도문은 시편의 요약이며, 시편은 주기도문의 확장판이다(84쪽). 바로 이 통찰이 본회퍼가 시편 전체를 읽고 이해하는 해석학적 열쇠이다. 시편은 예수님이 가르쳐 주는 기도의 모범이며, 우리의 기도를 인도해 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이다. 어린 아이들이 부모나 언니 오빠의 말을 따라 말하면서 언어를 배우듯이, 우리도 예수님의 기도인 시편을 따라 말하면서 하늘의 신령한 언어를 배우게 된다.
이 책은 모든 시편을 다 해설해 주는 주석이나 설교집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편으로 기도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간결하면서도 모자람 없는 안내책자이다. 나는 이 책을 한번 읽고 덮어 둘 수가 없었다. 본회퍼의 안내를 받으며 시편으로 기도하기를 시도해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침 기도 시간에 시편으로 기도하고 묵상하면서,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본회퍼는 내 곁에서 나를 시편으로 기도하도록 격려해 주는 친구가 되어 주었다. 기도의 세계에서 신뢰할 만한 안내자를 얻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이 친구는 나의 천박한 기도의 언어를 걷어내고 신령한 언어로 기도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내 안에서 기도하시는 그리스도와 그분의 기도를 주목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추가정보
시편이 주는 기도의 부요함!
-《본회퍼의 시편 이해》의 저자 디트리히 본회퍼 가상 인터뷰
1. 안녕하세요? 목사님의 삶을 다룬 소설《진노의 잔》을 읽고 참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이번에 《본회퍼의 시편 이해》를 통해 직접 뵙게 되니 정말 반갑습니다.
예, 저도 정말 반갑습니다! 작년 이맘때 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홍성사에서 《진노의 잔》을 출간해 주시고, 이번에는 제게 아주 각별한 이 시편 노트를 출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은 1940년 독일의 엠베카(MBK)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되었는데, 그 이듬해에 저는 나치에 의해 출판 금지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사실상 제 마지막 출판물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르쳤던 신학원 학생들의 예배와 묵상 시간에 사용하기도 한 추억이 담긴 책입니다. 이 글은 일단 시편에 담긴 신학적·해석학적 의미를 전해 주기 위한 것이지만, 훨씬 더 중요한 목적은 우리가 기도하는 데 시편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2. 어떻게 이 글을 쓰게 되셨는지요?
어느 날 엠베카 출판사에서 <성경 속으로>라는 시리즈의 시편 부분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시편은 제가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였기에 선뜻 수락했지요.
신앙인으로서 어려운 문제에 부닥칠 때,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성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우리의 신앙을 강하게 해 주거든요. 어떤 면에서 그 문제들을 모두 포함하기도 하는 ‘기도’는 신앙인인 제게 참 중요한 화두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의 기도를 돕는 것은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저의 공적(公的) 임무이기도 하고요. 이런 이유로 저는 특별히 시편에 주목합니다. 성경에서 시편은, 기도를 ‘배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시편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속한 유일한 기도책이며, 먼 옛날 다윗의 개인적인 노래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주기도문과 긴밀히 연관되기 때문이지요.
3. 시편으로 기도를 배운다는 말이 참 새롭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기도를 ‘배워야’ 합니다. 어린아이는 아버지가 건네는 말을 따라하면서 말을 배우고 아버지의 언어로 대화하게 됩니다. 우리의 기도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주님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분 말을 따라하면서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시편을 통해 기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시편을 그저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말입니다! 시편은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직접 가르쳐 주신, ‘그분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기 때문이죠. 하나님이 우리에게 시편을 주셨다는 것, 즉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기도를 직접 가르쳐 주신 것은 우리에게 정말 커다란 은혜입니다!
4.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죠.
이 작은 책을 통해 사람들이 기도를 올바로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주님과의 교제를 흔들림 없이 잘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단 한 명이라도,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충만해져서 바쁜 일손을 잠시 놓고 시편을 펼치게 된다면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 이 인터뷰는 《본회퍼의 시편 이해》에 수록된 내용과 이 책의 원서인 Die Psalmen. Das Gebetbuch der Bibel의 ‘감사의 글’ 등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