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 역사의 산증인 정진경 목사의 목회여정 60년

한국 목회자들에 관한 씁쓸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크리스천들조차도 이렇게 말한다.
“정말 목회자다운 목회자가 없다!”
이렇듯 한국 교회가 사회로부터 몰매를 맞는 지금 ‘목회자들이 멘토로 삼을 만한 사람’은 정말 없는 걸까? 평생을 욕심 없는 목회자로, 자신을 욕하는 사람도 감싸 안는 사랑으로 살아온 신촌성결교회 정진경 원로목사라면 우리 시대의 참된 목회자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목적이 분명하면 길은 열린다》는 1921년에 태어나 현재 88세를 살아가고 있는 정진경 목사의 일생을 조목조목 되짚은 그의 자서전이다.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와 공산 치하,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질곡의 한국 근대사 속에서 굳건히 지켜온 정진경 목사의 신앙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친구 따라 교회 갔다가 부모님 반대하는 예수쟁이가 된 사연부터 사춘기 시절 중생의 체험, 폐결핵에 걸려 죽음을 목전에 두었던 이야기, 부인 곽정옥 여사에 대한 애틋한 사랑, 과거의 잘못에 대한 뉘우침 그리고 후배 목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 지금까지 신문기사와 책에서 쉬이 접하지 못했던 정진경 목사의 진솔한 사연과 신앙 여정이 가득 펼쳐진다.
책에서 볼 수 있는 정진경 목사의 ‘평생 목적’은 많은 목회자들이 바라는 교회 부흥․위대한 목회자․성도들의 존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일평생 주님께 사로잡힌 삶’이었다. 그러한 목적이 있었기에, 그는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가 이 책의 축사에도 썼듯 한국 교회를 위한 신학자로, 목회자로, 교회연합의 지도자로,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기 원하는 모든 사람의 영적 스승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최초 목양지는 1948년 공주성결교회였다. 그리고 마지막 목회지는 1991년 은퇴한 신촌성결교회이다. 약 40년을 목회자로서 현장에 있었고 은퇴 후에도 늘 영혼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참된 목회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연합사업, 구호사역 등 평생을 걸쳐 일해 왔던 수많은 일들을 현재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에서는 그 많은 직함 중 오직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라는 명함 하나만으로 자신을 내보이는 참된 겸손의 목회자이다. 정진경 목사는 자신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인정해 주는 아내 곽성옥과 20대에 만나 만나 지금까지 서로를 훌륭한 남편과 아내로 존경하며 살고 있다. 정 목사의 아내를 비롯해 그를 만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정진경 목사를 온유와 따스함으로 가득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강단에서 선포했던 내용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는 목회자라고 말한다.
목회자 정진경의 삶의 족적을 출간하게 된 것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목자의 모습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지금의 젊은 목회자들에게 정진경 목사의 삶이 모두의 삶의 지평을 넓혀 주는 등불이 되어 큰 은혜로 다가설 수 있기를 기원한다.
 
 
온유의 사람, 정진경

정진경 목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온유의 사람’이다. 정진경 목사는 《목적이 분명하면 길은 열린다》에서 말씀을 사랑하고 영혼을 사랑하는 참된 온유의 삶을 실천했던 자신의 인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으며, 수년간 알고 지낸 그의 지인이자 전기 작가인 이유진 선생이 목회자 정진경의 삶을 가감 없이 그려냈다.
그는 늘 목자로서 하나님이 주신 양들에게 상처 주지 않고 참된 사랑과 온유로 다가서고자 애썼다. 그러한 모습은 신촌성결교회의 당회장으로서의 모습에서도 잘 드러났다(28장 참조). 당회의 주요 결정 때마다 그는 무조건 다수를 옹호하지 않았다. 다수의 의견이 합리적이라 할지라도, 의견이 다른 한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혹 그 사람의 영혼이 시험 들지 않게 깊이 배려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하나님이 주신 영혼을 귀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나님이시라면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일을 이뤄 가실 것임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방침은 신촌성결교회 건축 문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물론 교회 공동체에서 모든 사람의 의견을 합당하게 수용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이러한 민주주의적 목회 방식은 평신도들과 교회의 중직자들이 무조건 담임목사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기도하며 합당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각 주일학교 역시 당회가 모든 결정을 결정하는 하달식이 아닌, 스스로 계획을 세워 나가는 주체적인 민주주의로 점차 변해갔다(19장 참조).
이렇듯 모든 영혼을 주님이 주신 것으로 알고 귀하게 돌보는 온유의 모습은 오래전 신의주 동부성결교회에서 주일학교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섬겼던 18세 청년 정진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더 오래전 그를 따스하게 맞아주었던 안주의 서산리장로교회 주일학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참된 온유의 목회자로 성장시킨 것은 어린 시절, 성정이 불같았던 부모님의 다툼 속에서 부모님의 뜨거운 정을 느끼지 못하고 자라났던 소년 정진경을 태초 전부터 사랑하시고 택해 주셨던 참된 주님의 은혜로 인함이었다.
 
 
사랑 가득한 목회자, 모든 이의 영적 스승이 되기까지

정진경 목사는 전쟁의 아비규환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찾고자 모인 사람들을 위해 목회의 끈을 놓지 않았다. 목회 임지를 이동할 때마다 가족의 짐은 달랑 보따리 하나였고, 거주지는 단칸방일 때가 많았다. 그러나 정 목사 내외는 단 한 번도 가난 때문에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서러워하지 않았다. 그가 하나님을 원망했던 것은 오직 단 한 번, 청년 시절에 닥쳤던 폐결핵의 병마 앞에서였다. 그러나 그때도 원망과 허무는 잠시요, 다시금 하나님 앞에 죽음까지도 내려놓고 산속에 틀어박혀 기도와 말씀에 정진했고, 그때야 비로소 목회자의 삶을 살겠다고 하나님 앞에 서원할 수 있었다.
신학교를 졸업했지만 그는 늘 배움에 대해 목말라했다. 4,50년대 당시 한국의 신학교에서 깊이 있는 신학적 가르침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성결교단 총회는 정 목사를 유학 대상자로 선발하였다. 그러나 교단에서는 아무런 지원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로 단돈 15달러를 들고 미국의 아주사 퍼시픽 대학교로 유학길에 올랐다.
정진경 목사의 유학생활은 고단했다. 입학하기 전 학비를 벌기 위해 오렌지 농장의 노동자로 일했고, 대학의 배려로 장학금은 받을 수 있었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말에도 일해야 했다. 또 가족들에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부쳐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던지라, 고국에서 부인이 겪어야 하는 생활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부인은 그저 묵묵히 그가 모든 공부를 마칠 때까지 삼남매를 책임졌다(15장 참조). 이러한 인고의 세월이 있었기에 정진경 목사가 많은 이들의 영혼을 책임지는 사랑의 목회자로, 그리고 또 다른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의 영적 스승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귀국 후, 서울신학대학교에서의 15년간의 세월은 그의 평생 소명이었던 목회와는 다른 길이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목회자로 살기 위해 신학교에 왔어도 확신을 갖지 못해 방황하던 학생들에게 바른 이정표를 제시했던 멘토로서의 삶이었다. 당시 그는 외국에서 공부한 석학들의 가르침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교단 내의 강력한 명령에 순종해 서울신학대학교의 교수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비록 목회에 대한 갈망과, 세월이 어느 정도 흘러 우수한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 대학 강단에 자리 잡음으로 인해 다시금 목회자로서의 길을 갈 수 있었지만, 후학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지지는 지금도 여전하다. 

정진경 구술 이유진 글

정진경

1921년 9월 14일, 평안남도 안주 산골마을에서 누대(累代)에 걸쳐 아들이 귀했던 가난한 농가 11대 종손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 따라 십 리가 족히 넘는 서산리장로교회에 가 본 것이 계기가 되어 교회에 첫발을 내딛었고, 사람들 속에서 영혼을 품어 주는 포근함과 강한 힘을 경험한다. 대대로 유교를 신봉했기에 예수쟁이를 무척 싫어한 부모는 아들의 종아리에 피가 배도록 회초리를 들고 성경을 아궁이에 던지며, 교회 출입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비바람을 뚫고 다리를 다치면서까지 교회에 가고자 하는 어린 아들의 열망을 확인한 후에는 더 이상 교회에 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사춘기 시절, 신의주 동부성결교회에서 중생 체험을 했다. 그 뒤 “사람 앞에 지은 죄는 사람에게 사죄하고 용서받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마음속에 ‘죄’가 떠오르면 조그마한 것이라도 이웃에게 용서를 구했고, 이 일에 너무 열심을 내는 바람에 정신 나간 학생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나이를 속여 표를 끊은 사건을 회개하려고 일본인 역장에게 편지와 열차표 차액을 보낸 일은 기독교를 모르는 일본인에게 감동을 주었다. 목사가 되라는 주위의 권유가 있었으나 생계를 이유로 18세 때 은행에 취직했다가 폐결핵과 늑막염이 겹쳐 곧 그만둔다. 이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산속에서 성경묵상과 기도에 전념하던 중 신유의 체험을 했고, 평생 목회자로 살 것을 다짐했다. 1948년 서울신학교(서울신학대학교의 전신)를 졸업하고 혜화동교회에서 사역하던 중 6·25를 겪었으며 인민군에게 사살되기 직전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지는 체험을 한다.
35세의 나이에 단돈 15달러를 들고 미국에 건너가, 오렌지 농장에서 일하며 LA 아주사 퍼시픽 대학교와 애즈베리 신학대학원을 거쳐 4년여의 미국 유학생활을 했다. 귀국 후 서울신학대학교에 부임해 조직신학을 강의하며 장충단성결교회에서 설교목사로 사역했다. 그러다 목회에 대한 갈급함으로 대학 강단을 떠나 “신앙은 삶의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며 표현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1975년 신촌성결교회에 부임했다. 이러한 목회방침은 미자립 교회 지원·개척 교회 설립·극빈가정 돕기 등으로 구체화되었고, 오랫동안 굳어 있던 관행적 교회제도를 개혁하며 온유와 사랑으로 교회를 바로 세워 나갔다.
평생 마음에 품고 실천했던 연합사업·구호사역·세계선교·후진양성을 위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서울신학대학교 이사장·한국복음주의협의장·월드비전 이사장 등으로 현장에서 열심히 뛰었다. 현재 88세의 고령에도, 대한성서공회 이사·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이사장·한동대학교 이사·호서대학교 이사장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1944년 혼인서약을 맺은 사랑하는 아내 곽성옥과 안양에 살고 있다.

이유진 글
동국대 국문과 졸업,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수료. 휘문중학교 국어 교사를 거쳐 한국예술신학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남북교류위원이며, 시인이자 전기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 《꽃과 소녀》, 《참 좋은 우리 뜰》, 《그대가 홀로 살아간다 해도》, 《보낼 수 없는 편지》, 《긍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등의 시집과 다수의 전기가 있다.

머리말

1 삶과 죽음의 순간
2 목숨과 밥 한 그릇
3 어린 날의 추억
4 회개의 열매
5 잊을 수 없는 신앙의 스승
6 야곱의 씨름
7 꿈은 좌절되고
8 영원한 동반자
9 피는 감정이 없을까
10 삶과 죽음의 분계선
11 해후
12 최초의 목양지
13 학문에 대한 갈급
14 목적이 분명하면 길은 열린다
15 둥지 없는 언덕
16 잊지 못할 은인들
17 새로운 삶의 문을 열고
18 교수생활의 보람
19 지역사회를 향한 교회
20 활동의 영역은 넓어지고
21 목회자의 영적권위와 귀한 인재들
22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23 한국 기독교가 눈감았던 고종황제의 탄식
24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25 두 번째 흘린 감사의 눈물
26 세상을 향한 사랑의 손길-월드비전
27 한국은 세계성서공회의 핵심 멤버
28 목회자와 은퇴자
29 미드웨스트 대학의 정진경 월드미션센터
30 생사의 갈림길에서 다시 살리신 하나님
31 선교 2세기를 향한 나의 소망

맺음말

<개신교 원로 정진경 목사 자서전 출간>

'목적이 분명하면 길은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서울신학대 이사장,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등을 지낸 정진경(87)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가 자서전 '목적이 분명하면 길은 열린다'(홍성사 펴냄)를 출간했다.

정 목사가 구술하고 시인이자 전기작가 이유진 씨가 집필한 이 책에는 개신교계에서 '온유한 목자'로 불려온 정 목사의 삶과 신앙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평남 안주 산골마을에서 가난한 양반집안의 11대 종손이자 외아들로 태어난 정 목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를 따라 집에서 십 리가 넘는 서산리장로교회를 가 본 것이 교회와 첫 인연이었다.

그는 '예수쟁이'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회를 나갔고, 사춘기 시절 신의주 동부성결교회를 다닐 때 성령을 체험했으며, 18세 때 은행에 취직했다가 폐결핵과 늑막염에 걸려 산속에서 요양하던 중 신유(神癒)를 체험했다고 책에서 밝혔다.

그는 이를 계기로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1948년 서울신학교(서울신학대 전신)에 진학했다. 이후 서울 혜화동 교회에서 사역하던 중 6.25를 겪었으며 인민군에게 사살되기 직전 미군기가 나타나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졌다고 술회했다.

이어 성결교단의 추천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로스앤젤레스 애주사 퍼시픽(Azusa Pacific) 대학교와 애즈베리 신학대학원을 거쳐 15년간 서울신학대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쳤다.

그는 "신앙은 삶의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며 표현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1975년 서울신학대 교수직을 버리고 신촌성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신촌성결교회 당회장으로 사역할 때 그는 주요 결정을 내릴 때마다 무조건 다수를 옹호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견이 다른 한 사람도 하나님이 주신 귀한 영혼이라고 믿고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길을 가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통해 정 목사는 교인들에게 '말씀을 사랑하고 영혼을 사랑하는 온유한 목자'라는 믿음을 심어줬다.

그의 온유한 목회철학은 미자립 교회 지원, 극빈가정 돕기 등 교회연합과 구호사업 등으로 나타났다. 그는 교계와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과 월드비전 이사장 등을 거쳐 지금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이사장과 호서대 이사장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영원한 현역'이다.

272쪽. 1만1천원.

ckch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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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정 목사님이 한국교계에 끼친 업적은 다 기록할 수 없을 만큼 지대합니다. 그중에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활동과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그리고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창립에 관한 일은 정 목사님이 아니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은……교계에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평생을 오직 예수님만을 향한, 복음적인 삶을 살아오신 정 목사님은 잘못을 저질러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서도 언제나 최고의 장점을 찾아내 칭찬을 아끼지 않는 특유의 온화함과 겸손함으로,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김상원(전 대법관)


정 목사님은 주님께서 당신에게 부여하신 소명을 다하기 위해, 그 어떤 거짓과 불의에도 일체의 타협 없이 온유하기만 하셨습니다. 저는 그와 같은 정 목사님을 곁에서 뵈며, 언제 어떤 상황 속에서든 어떻게 그토록 온유함으로 일관하실 수 있는지 늘 궁금해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정 목사님의 자서전을 보면서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 때문에 정 목사님은 일평생 주님께 사로잡혀 사셨고, 주님께서는 당신의 은혜 앞에 늘 깨어 있는 정 목사님을 한국 교회를 위한 신학자로, 목회자로, 교회연합의 지도자로, 그리고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기 원하는 모든 사람의 영적 스승으로 세워 주신 것입니다.
-이재철(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

【편집 후기】

1920년대에 태어난 정진경 목사님과 70년대에 태어난 저, 편집자는 매우 큰 세월의 차이가 납니다. 제게 역사 공부가 되어 버린 한국의 근대사는 그에게 있어서는 현재진행형이자, 감당해야 할 시련이었습니다. 그러나 《목적이 분명하면 길은 열린다》를 편집하면서 들여다본 정진경 목사님의 삶은 그 세월을 살지 못한 제 심장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저는 이 책을 글로 엮은 이유진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 선생님 역시, 저와는 무려 50여 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된 재미난 사실은 한 번쯤은 꼭, 우리 시대 목회자를 글로 남겨 보고 싶었는데 정 목사님과 수년간 인연을 맺어 오면서 이 선생님 스스로 먼저 그런 생각을 구체화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선생님에게서 들은 집필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정 목사님과 자주 만나 거의 몇 시간씩을 펜으로 인생 전부를 적어야 했고, 적은 것들을 다시 구성하여 펜대로 풀어내야 했습니다. 또 목사님이 살아온 역사의 발자취를 바르게 조명하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찾고 또 찾았습니다.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책에는 밝히지 않은 정 목사님과 관련된 일화였습니다. 그중 88세의 고령에도 매일 아침 일찍 자신이 필요한 곳으로 종횡무진 출근하시는 목사님의 모습을 상상할 때면, 하나님이 부르실 그날까지 열심히 살아가는 한 노인의 바지런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살짝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책에도 소개된 이재철 목사님의 책을 읽고 감동받은 사연이었습니다. 어느 날 정 목사님은 오랜 여행으로 여독이 풀리지 않았던 이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급히 꼭 만나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만났더니 얼마전 이재철 목사님의 《요한과 더불어》를 읽고 너무 감동 받아 눈물을 흘렸다며 초롱초롱한 아이의 눈빛으로 열정에 들떠 이야기하시더랍니다. 급하게 만나야만 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니, 듣는 저는 너무도 즐거웠고, 이 선생님 역시 “자신의 아들뻘 되는 사람의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 하나하나를 이야기하며 너무 훌륭한 목회자라며 말하는 그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이 선생님에게서 들은 정 목사님은 이렇듯 고령임에도 아이의 열정과 순수함을 갖고 여전히 하나님을 사랑하며 사는 할아버지였습니다.
편집자로서 진심으로 이 책이 이 시대, 젊은 목회자들의 마음에 설렘과 두근거림을 선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목회자들에게 실망해 교회를 떠났던 많은 성도들이 다시금 희망을 가지고 교회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너무 큰 바람일까요?


【저자 인터뷰-이유진】

1. 그동안 시인과 전기 작가로 활발히 활동해 오셨는데요, 어떻게 정진경 목사님의 자서전을 집필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정 목사님을 알게 된 것은 10년 전 IMF 사태로 국가재정이 파탄 상태이던 때입니다. 당시 저는 ‘나라살리는통장갖기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 상임부회장 겸 사무총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때 여러 종교계에서 이 운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는데, 안타깝게도 기독교 대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위 분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단번에 정진경 목사님을 추천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목사님과 첫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 성결교회역사문학회에서 또 만나 뵙게 되면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정 목사님은 늘 겸손함과 따스함이 몸에 배어 있으셨지요. 당시에도 저는 전기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 시대에 모델이 될 만한 목회자를 글로 풀어내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습니다. 그때 마침 정 목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공산당의 총알에서 건지신 하나님, 폐결핵에서 살리신 하나님, 평생을 연합사역을 위해 힘쓰게 하셨던 하나님 등 정 목사님의 인생 속에 역사한 하나님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정 목사님의 인생을 한국 교회와 목회자를 위해서 기록으로 남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재능을 이왕이면 정 목사님을 위해 쓰고 싶었지요.

2. 정진경 목사님이 책에서 역설했던 ‘말씀과 삶의 접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선생님이 만난 정진경 목사님의 삶은 어떤 삶이었나요?

-목사님의 88년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네요. 그래서 말인데요, 책을 읽어 보면 다 나와 있습니다.(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정 목사님은 삶의 현장에서도 말씀이 살아 역동적으로 표현돼야 함을 목회 방침으로 삼았습니다. 목사님은 삶에서 그 방침대로 목회했고, 또 그 방침대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계십니다. 그 목회방침의 일환으로 교회가 지역 내의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끄셨습니다. 목사님은 도움을 줄 때도 지혜로우셨습니다. 늘 도움의 손길이 지역 내의 구청과 동사무소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셨지요. 혹 비크리스천들이 ‘교회 나오라고 도와주나 보다’라고 오해하거나 부담 갖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3. 이 책을 집필하시면서 어떤 하나님을 경험하고 만났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제 인생을 돌아보면 늘 하나님을 깊이 만나지 못하여 내 생각 내 뜻대로 살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을 집필하면서 모든 일을 하나님께 맡기는 정 목사님의 삶에서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또 자신을 비난하는 이도 사랑으로 포용하고 언제 어디서나 겸양의 미덕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지요. 이렇게 부족한 나이기에, 하나님이 투영된 목사님의 삶을 잘 조명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많이 드렸습니다. 좋은 결과물이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이 크리스천들에게 특히 젊은 목회자들에게 영향력을 많이 발휘해서 기독교가 사회로부터 비난받고 있는 이 시대에, ‘아, 정말 우리가 멘토로 삼고 싶은 그런 목회자가 여기에 있구나’ 하는 위로와 희망을 선사할 수 있었으면 하네요.